VOL.81 사계절 시리즈: 봄 |
『도시의 동물들』 5회_넙치와 우럭 :
개와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으로 넙치와 우럭을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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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이름부터 물고기네요. 고기는 "식용하는 온갖 동물의 살"이라고 합니다. 이번 연재의 제목, 「개와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으로 넙치와 우럭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렇게 보이시나요?
『도시의 동물들』, 다섯 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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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와 우럭 :
개와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으로 넙치와 우럭을 바라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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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광어, *Paralichthys olivaceus*)와 우럭(조피볼락, *Sebastes schlegelii*)은 도시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물고기다. 굳이 마음먹고 만나려 하지 않아도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러 가는 동안에 한 번 정도는 횟집 수조 아래 가라앉은 그들의 허옇게 부르튼 눈을 마주한다. 새파란 테두리를 두른 유리 수조는 마치 땀을 흘리듯 물방울을 묻힌 채 거무죽죽한 그 횟감들을 가득 품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동물을 귀여워하는데, 넙치와 우럭은 웬만한 개나 고양이보다 작은데도 귀여움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매끈하고 얼룩덜룩한 그들의 피부에 수조 속 물이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는지, 그래서 혹시 춥지는 않은지 걱정을 사는 일도 없다. 도시인의 눈에 넙치와 우럭은 싱싱하거나 싱싱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넙치와 우럭은 모두 척추동물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동물보호법에서는 척추동물을 동물보호나 복지의 대상으로 여긴다. 신경 체계가 서로 비슷해서 우리가 통증이나 고통이라 부르는 경험이 그들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양서류, 파충류, 어류는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밑도 끝도 없이 식용이라서 보호하지 말자니 과학적이지도 않고, 똑같이 식용을 목적으로 기르는 포유류나 조류와 비교했을 때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이 나라는 넙치와 우럭으로 태어난 동물이 어떤 학대를 받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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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 횟집의 갑작스러운 등장
30년 전 즈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회를 먹는 장소는 늘 바닷가였다. 그래서 바닷가 동네로 놀러 가면 꼭 회를 먹어야 하는 줄 알았다. 지금처럼 바닷가에서 기른 물고기를 산 채로 활어 수송차에 실어 도심의 횟집으로 운송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대중이 살아 있는 넙치와 우럭을 수조에서 골라잡아 눈앞에서 회를 치고 손쉽게 먹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일이다. 1992년 5월 9일자 경향신문은 “최근 활어 맛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활어를 취급하는 인천 횟집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활어를 즐기기 위해 서울, 경기 등에서 인천으로 연간 20만 명의 미식가들이 몰려든다”라고 보도했다. 1996년 10월 20일자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뜰채로 생선을 건져 회를 준비하면서 번호표를 주는데, 이를 갖고 생선 가게 뒤쪽으로 가면 10~15분 후 회 접시를 내준다”라며 활어회 파는 식당의 풍경을 그렸다. 신기한 장면이었던 것이다.
양식된 넙치와 우럭은 뜰채에 들려 컨테이너에 담기는 순간에야 평생을 자란 양식장에서 나올 수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양식된 활어 횟감용 물고기는 수조차에 실려 전국의 수산시장과 해산물 식당으로 운송된다. 이러한 양식 및 유통 관행은 1986년 넙치 양식의 성공과 함께 시작되어 30~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70~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과 외식 문화의 발달, 활어의 양식과 운송, 보관을 뒷받침하는 각종 제조업의 발달, 잦은 식중독 사고로 인한 신선한 수산물 수요에 힘입어 1990년대에 들어서야 양식 활어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활어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해서 지금은 비중 있는 외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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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최태규
동물복지학을 연구하는 수의사이자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로 일한다. 『일상의 낱말들』(공저), 『관계와 경계』(공저), 『동물의 품 안에서』(공저) 등을 썼다.
📷사진_이지양
순수 미술과 미디어를 전공한 시각 예술가이다. ‘당신의 각도’ 전시를 계기로 『사이보그가 되다』에 사진으로 참여했고, 이후 『일상의 낱말들』, 『아무튼, 메모』, 『1만 1천 권의 조선』 등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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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는 6월 8일에 발행합니다.
📌 지난 『한자의 풍경』인터뷰 북뉴스 이벤트 당첨자를 공개합니다. 정성스러운 기대평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 놓쳤더라도 매월 진행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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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풍경』 이승훈 지음
문자의 탄생과 변주에 담긴 예술과 상상력
한자 연구의 권위자 이승훈 교수의 중국학 명강의
10여 년간의 강의, 학생들과의 소통을 담은 역작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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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읽으며 우리는 우리말을 사랑하고 있는가 생각했습니다. 무조건 순우리말을 많이 쓰는 게 옳은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우리말의 고유성에 얽매여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았습니다. 인터뷰 내용 중 18세기 말 독일의 목재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나무들은 과거 혼합림이 축적해놓은 토양을 자산으로 잘 자란다는 것, 그리고 그간 누적된 한자학 분야의 성과들도 좀 더 다양하고 비옥한 토양을 만나게 해야 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요즘 고전 문학 읽기부터 문해력에 관한 이야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은 갖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이 한자라는 말만 들어도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고유한 우리말과 더불어 학문으로서 특정 분야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알아야 할 언어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자와 한글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할 『한자의 풍경』. 한자가 만들어질 당시의 생생한 풍경과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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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저변이 넓어지는 일에 틀림은 없는 듯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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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배우고자 하는, 한국어를 이해하고 잘 활용하고 싶은 누구나 한 권 들여야 하는 신뢰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되어 반갑고 감사합니다. 오래전 한국어를 공부하다 한자능력시험도 함께 준비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한자를 재밌게 이해하며 배웠습니다. 활용할 기회가 적어 어느새 다 잊고 말았지만 제한적이었던 그때 공부와 달리, 한자의 풍경을 깊이 있고 정확하게 담은 이 책의 '정서'에 기대가 큽니다. 언어가 곧 사유라는 것을 믿습니다. 편견, 선입견, 차별, 혐오, 폭력 등 사회의 풍경 또한 언어의 풍경과 함께 바뀔 거라 믿습니다. 의미 있는 중요한 책 출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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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체계와 정서 모두를 챙긴 '역작'이지요ㅎ. 세상의 풍경을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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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는 한자 수업이 있었는데 늘 졸았어요. 할아버지 선생님의 한시를 읊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자장가였죠. 고등학생 때는 천자문을 외우고 쪽지시험을 쳤어요. 정규 과목은 아니었지만 상고생에게는 필수였거든요. 한자는 제게 지루함 혹은 취업스킬에 불과했지만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어떤 상황이나 마음을 표현할 때 아주 깊이있게 드러낼수 있는 언어라는 걸 깨닫습니다. 한자를 새롭게 바라볼 수있는 책인 듯하여 반갑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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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이 최근에 지났지요. 세상 모든 한자 선생님들을 위한 선물 『한자의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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