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다'는 말은 경우에 따라 칭찬이기도 욕이기도 합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듣는 사람의 이해가 곧잘 충돌하는 말입니다. 한편으로, 무엇과 다른 무엇이 똑같다고 말하는 건 경계를 지워 둘을 하나로 만드는 일입니다. 그 결과 사람을 안심시키거나 외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듯 '똑같다'란 관계를 이야기할 때 여러 갈래로 쓰일 수 있는(읽힐 수 있는) 신기한(무서운) 말입니다.
조규미 작가님의 『똑같은 얼굴』은 편견에 가려진 청소년들의 미묘한 관계를 그려낸 청소년 소설집입니다. 이것은 저것과 무엇이 같고, 저것은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자신과 타인 사이에 등호를 그리고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시간들. 관계란 등호의 문제라는 데 공감할 수 있다면, 책을 읽다 종종 멈춰 설 듯합니다.
읽다 보면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 읽으면서 마음이 단단해지는 이야기를 쓰려고 애씁니다. 청소년 소설 『너의 유니버스』, 『가면생활자』, 『첫사랑 라이브』, 『페어링』, 『옥상에서 10분만』과 동화 『기억을 지워 주는 문방구』, 『9.0의 비밀』 등을 썼습니다.
🎱 청소년 소설집 『똑같은 얼굴』이 나왔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쓰셨나요?
✍ 원고에 처음 붙인 제목은 '친구를 소개할게'였는데, '조금 특별하고 새로운 친구'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그 친구이기도 한 동시에 작품 하나하나가 독자들에게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집필에 임했습니다.
🎱 친구를 소개하는 마음. 지난 작품인 『너의 유니버스』에 이어 이번 작품 또한 장르물의 분위기가 감돌아요.
✍ 친구들의 정체가 바로 그런 장르적인 느낌을 주는 핵심적인 이유가 되죠. 우리 교실에 외계인, 귀신, 시간 여행자, 저승사자가 있다면? 그런 특별한 존재들이 여기저기 끼어 있는 교실이라면 어떨까? 청소년들이 이 작은 교실 안에서 친구 관계로 힘들다면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 보기를 바라며,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 이번 소설집에는 작품마다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인물들이 등장해요. 이유가 있을까요?
✍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글을 쓰면서 저의 청소년 시절을 많이 되돌아보게 되고 주변 청소년들의 모습도 살펴보게 되었어요. 교실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친구를 만드는 일이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친구가 없는 상황이 가장 큰 공포인 것이죠. 그래서 저는 친구가 없는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고, 독자들이 조금 더 가볍게 받아들이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 작품을 쓰면서 독자들 모르게 숨겨 둔 부분이 있을까요?
✍ 단편에서는 짧은 분량으로 핵심적인 정보를 전해야 하기 때문에 상징적인 장치들을 이용합니다. 이번에는 등장인물의 이름에 그런 의도를 담았습니다. 「행운의 별」에 등장하는 '황가람'이라는 친구의 이름에 인간을 저세상으로 인도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축구공과 응원봉」에 등장하는 '송미단'과 '차우현'이라는 인물의 이름에도 각자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대상을 한 글자씩 이름에 담았습니다.
🎱 애독자를 위한 선물 같네요. 다섯 편의 소설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이 궁금해요.
✍ 이 이야기들이 시작하게 된 출발점에 있는 작품이 「행운의 별」입니다. '이런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서 친구의 정체를 조금씩 바꿔 가면서 여러 편의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행운의 별」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 뒤에 쓴 작품들도 태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작가님은 청소년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주고 싶으신가요?
✍ 이번에는 위로하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습니다. 넓게 보아 마음이 단단해지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아이들의 마음의 무게를 덜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쓴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속에 알게 모르게 남아 있다가 어떤 고민이나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완충 작용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신가요?
✍ 우리를 둘러싼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잘못된 가치관을 비판하고 진실을 전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동시에 조금 다른 층위의 이야기지만, '이상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이상하지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이상하지만 뭔가 좋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 여기에서 생기는 긴 정감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전 북뉴스가 최태규 선생님의 연재 알림이었지요. 벌써 여러 분에게 기대감을 안겨 버렸는데요. 어떻게 하면 잘 담을 수 있을까 고민이 한창입니다. 좋은 일이지요. 이번에도 피드백에 다시 피드백을 남겨 봅니다. 지난 북뉴스 읽기
👀 꼬까 님
오~ 평소 관심있던 고양이를 주제로 한 연재라 기대가 무척 큽니다. 동물복지연구가의 길고양이에 대한 생각, 조언 등이 벌써 궁금하네요! 뉴스레터 보내 주셔서 감사하고 늘 응원합니다^^
🎱 안녕하세요, 꼬까 님? 주변에 고양이는 참 많지만 아는 바는 많지 않은 듯해요. 『도시의 동물들』에서는 고양이를 비롯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여러 동물들을 다룰 예정인데요. 이 연재가 좋은 의미로 독자님께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 ) 감사합니다.
🎁 사소한책 님
앞으로 연재가 기대되네요. <호호책방>은 봐야지 했는데 지난 북뉴스 덕분에 미뤄둔 시즌2를 챙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호랭이 인형 만들기>는 모르고 있다가 봐서 그럴까요. 득템한 느낌입니다 ㅎㅎ. 제가 옛날 사람이라 잘 찾아보지는 않는데 메일로 추려진 목록을 받으니 도움이 되네요!
🎱 사계절출판사는 콘텐츠 부자입니다. 책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듯합니다. 모두 독자님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 )
🍀 행운이 님
이따금 지지직거려도 주파수를 맞추고 듣고 싶은 라디오 방송이 있어요. 드문드문 들려와 놓치는 말들이 있어도 조금 더 귀 기울여 보고 싶은.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 난해하다 하셨지만,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그런 게 있잖아요. 마음이 가는 대로 좋은 대본(레터) 써 주세요. 감사해요.
🎱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 그냥 있어 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 고맙다 /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조용한 일>, 김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