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없이 전철역에 도착한 듯, 막상 새로운 북뉴스를 소개하려니 할 말이 없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옛말이 떠오르는 가운데, 3년 전 첫 북뉴스를 쓰기 시작했던 때처럼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민하는 한편으로, 소개가 정말로 필요할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설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외면은 정해져 있는데 말이지요. 사실이 이러니, 아무래도 긴 글을 짧게 줄이는 것이, 그리하여 이 짧은 글이 긴 책으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좋아 보입니다. 쓰는 쪽이나 읽는 쪽이나.
리뉴얼 후 첫 북뉴스를 보냅니다. 행간의 의미까지 깊이 읽어 주시는 독자님을 생각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도서 큐레이션과 저자 인터뷰, 연재를 담은 뉴스레터를 발송합니다.
일상과 함께하는 책
『일상의 낱말들』 | 『똑같은 얼굴』 | 『고롱고롱 하우스』
『일상의 낱말들』
김원영, 김소영, 이길보라, 최태규 에세이
그런 일상이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일상의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그러한 일상을 SNS에 공유하고 소통하는 일상. 그러니까, 일상뿐인 일상. 그걸 일상이라 할 수 있을까. 늘 의문입니다. 모름지기 일상적으로 일상을 생각하면, 일상에 염증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독서에 관한 독서나 노래에 관한 노래처럼. (고이는 겁니다.)
김원영, 김소영, 이길보라, 최태규가 참여한 『일상의 낱말들』은 '일상의 단어'들에서 시작하지만 일상에 관한 에세이가 아닙니다. 일상이라는 유행 아닌 유행어를 앞에 두고, '각자의' 일상을 세련된 화법으로 이야기합니다. 어쩐지 공허한 하루. 이 책을 찾아 보세요. 잊힌 일상을 되찾아 줄 거예요.
『똑같은 얼굴』 | 조규미 소설집
북뉴스를 구독 중인 청소년은 많지 않은 줄로 압니다. 청소년 문학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사계절출판사로서는 분발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도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TMI: 사람 생각의 대부분은 과거 시제라고 합니다.) 마음속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 문학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책은 조규미 작가의 새 소설집 『똑같은 얼굴』입니다. 돌이켜보면 친구가 언제나 가장 중요했습니다.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나름의 고민이 있었고, 걱정이 풀리고 다시 엉키는 과정에서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조율했습니다.
반 배정과 자리 배치, 전학 등 학창 시절의 환희과 공포, 그리고 거기서 시작하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자리매김의 기억들. 『똑같은 얼굴』 다섯 단편에서 도플갱어를 만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2회 사계절그림책상 수상작
『고롱고롱 하우스』 | 조신애 그림책
그저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생각합니다. 안심이란 무엇일까. 귀하다는 것만 알겠습니다.
집을 미니어처처럼 투시하는 『고롱고롱 하우스』는 일상을 '멀리서' 보는 동시에 '멀리' 보는 아지자기하고 신기한 그림책입니다. 거리를 두고 시간을 가질 때, 사람은 조금 차분해 지는 듯합니다. 어떤 독서는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입니다.
'사사'는, '사계절 사내 북클럽'입니다. 한 달에 한 권, 사계절출판사 직원들이 책을 읽고 감상을 공유합니다. 독서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멋진 목표가 있는 모임은 아닙니다. 책을 다루는 사람들의 '소소한' 기록에 의미가 있다면 책과 독자 사이의 허들을 조금이나마 낮춰 보려는 노력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사도 그 일환입니다. '우리만 이 좋은 걸 읽을 수 없지!' 이런 마음입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사사 북클럽 첫 책, 『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 사계절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을까요?
리뉴얼 후 첫 북뉴스, 잘 읽으셨나요? 조금이라도 입꼬리가 올라갔다면 다행입니다. 다음 북뉴스는 연재입니다. 『일상의 낱말들』에서 동물권에 관해 이야기한 최태규 작가님의 새 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연재는 3월 30일이고 다음 주에는 간단한 소개가 있을 예정이에요.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