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소설 왜 읽어요?' 여러 답이 떠오르지만 재미로 갈무리되는 듯합니다. 이야기의 깊이를 떠나 우선 흥미롭지 않으면 독자의 외면을 받기 일쑤지요. 22년 신춘문예 작가 5인의 새 소설을 엮은 『두 번째 원고』는 우선 응원의 의미를 담은 책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또한 당연하게도) 소설로서의 재미가 바탕에 깔린 소설집입니다.
'무슨 근거로?' 물론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진면목을 볼 수 없는 것이 책이었지요. 이번 북뉴스에서는 작가 5인의 인터뷰를 다룹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어떤 소설을 쓸까. 즐거움을 예고하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영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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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두 번째 원고』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과, 그다음을 마련해 주고 싶은 출판사와, 오늘의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2022년을 가장 예민하게 감각한 작품으로 등단 후, 한 해를 보낸 저자들의 두 번째 원고에는 몇 가지 주제어들이 눈에 띕니다. '미신', '규칙', '체제', '노년', '시간의 흐름'. 같은 시기에 청탁을 받아, 출간까지 서로의 작품을 읽어본 적 없는 작가들의 소설은 앞서 말한 주제어들로 조금씩 연결되어 흘러갑니다. 각 작품 뒤에는 등단 1년 차가 된 작가들의 생활과 작품 후기를 담은 에세이를 더했는데요. 다섯 작가가 포착한 한 해의 흐름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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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함윤이 임현석
(우) 유주현 박민경 김기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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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월 2일, 등단한지 딱 1년 차! 현재의 기분과 상황, 1년 전 그날과 달라진 것이 있으실까요?
😀함윤이 : 1년을 보내고 나면 늘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기분은 드는데, 실체를 잡기는 쉽지 않은 듯합니다. 올해는 그간 내보내지 못했던 여러 소설을 공개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감사와 안도가 크고, 직장 생활과 병행하다 보니 충분히 제대로 쓰지 못한 아쉬움도 있어요.
😁임현석 : 직장일로 외부 회의할 때 ‘요즘은 어떤 글 쓰세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되더라고요. 그게 가장 크게 바뀐 점입니다. 스몰토킹 후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잠시 여유가 생긴 점은 좋군요.
😏유주현 : 일단은, 초조하지 않은 마음으로 새해를 바라본다는 게 다르다면 다르네요. 예전엔 해가 바뀌든 말든 뭔가 항상 짓눌려 있는 기분이었거든요. 계속해서 글을 써도 된다는 자체적인 믿음(?)이 생겼고, 그래서 하루하루를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되었어요.
😊박민경 : 내면적으로 달라진 점은 소설을 향한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등단 전에는 확신 없이 천천히 꾸준히 쫓기는 심정으로 썼는데, 등단 이후에는 여전히 쫓기고 있지만 이대로 잘하자는,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습니다.
🙂김기태 : 설렘이든 걱정이든 조금 들떴던 감정들이 가라앉았습니다. 차창 밖으로 알록달록한 풍경이 지나간 것 같은데, 어딘가 도착했나 싶어서 둘러보니 제자리입니다. 내가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일까? 이 질문에는 아직 답이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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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날 기억하시는지요? 그날의 기억과 함께 지금까지 글을 쓰게 만드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함윤이 : 처음 글을 쓴 기억을 떠올리면 예닐곱 살 어린이일 적, 어머니의 사무실에 놀러갔던 날이 떠오르는데요. ‘토끼와 거북이’ 일화를 각색해서 썼던 것 같네요. 그 후에는 그저 재밌어서 썼고, 오로지 재미있어서 하는 시기가 지난 뒤에는 이 일이 귀하고 중요해져서 썼습니다.
😁임현석 : 한때 저는 책과 삼국지 게임을 좋아하는 중2병이었습니다. 다 설명하지 못한 기분, 이해하지 못할 일을 마주했다는 느낌 때문에 쓰게 됐고 그건 지금도 그렇네요. 그때 쓴 글은 소설은 아니었지만, 글 쓰는 마음이 크게 다르진 않은 거 같아요.
😏유주현 : 제가 쓴 첫 번째 소설은 학교 과제였어요. 아직도 선연합니다. 지금도 곧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요. 제대로 된 글을 쓰고야 말겠다,라는 의지는 아마 그때 생긴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박민경 : 학부생이었던 당시 과제 제출용으로 썼던 글이었는데요. 탈고하고 든 생각은 ‘나 제법인데?’였습니다. 이후로 글을 쓰면서 자기평가는 꽤 혹독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즐거움은 놓지 않으려고 해요.
🙂김기태 :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날’은 열 살쯤인 것 같은데, 또 생각해보면 스물네 살 때이거나 서른다섯 살 때 같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더 진실한 대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는 아직 소설을 쓴 적이 없을지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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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글쓰기 외에 병행하고 계신 직업이 있으실까요? 만약 고를 수 있다면 전업작가 VS 직장인작가 어느 쪽이실까요?
😀함윤이 : 글을 쓰면서 여러 일을 하는 게 (결과적으로는) 글에도 더 낫지 않은가 생각이 들긴 합니다.
😁임현석 : 직장인 작가도 장점이 적지 않습니다. 직장 생활에서 얻는 자극도 많고요. 만약 고를 수 있다면? 고를 수 있는 상황이라니. 부럽네요.
😏유주현 : 고를 수 있다면 저는 건물주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박민경 : 지금 저에게 직장은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곳일뿐더러 제가 접할 수 있는 삶의 최전선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부딪히고 깨지면서 다음 노동의 재료를 열심히 모아야 할 것 같아요.
🙂김기태 : ‘고를 수 있다면’이라는 조건이 수상하지만, 현재로서는 직장인 작가를 고를 듯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전업’ 작가도 ‘직장인’ 작가도 아니고 ‘자산가’ 작가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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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글이지만 말도 말이지요. 다섯 작가는 어떤 말을 했을까요?
영상은 이미지를 클릭해 확인해 주세요. 😁
인터뷰를 미리 확인한 한 독자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영상 보면서 김기태 작가님이 '파도'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작가님들의 사유의 깊이는 남다르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작가님이 말씀하신 파도가 꼭 운명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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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북뉴스에는 여러분의 '두 번째'를 묻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2월과 참 어울리는 주제였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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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에게 흔히 할 수 있는 질문들이 있잖아요. '가장 좋아하는 색이 뭐야?', '좋아하는 음식은?',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야?' 같은 것이요. 그중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뭐야? 라고 물으면, 보통 많은 사람들이 행운의 숫자 '7'을 말하곤 하는데, 저는 '2'라고 대답했어요.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면, '7'은 너무 많은 사람들과 같아지는 것 같아 싫었고(뭔가 저만의 이유를 만들고 싶었나 봐요.^^;), 그렇다고 '1'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그만큼의 용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괜히 '1'이라고 하면 1등, 첫 번째, 뭔가 처음의 앞장서야 하는 이미지가 강해서. ^^;) '2'라는 숫자는 '1'에 밀리는 듯 보이지만 '1' 옆에서 발을 맞춰 보완하고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안정적인 느낌이잖아요. 혼자보다 둘은 더 편안하고 따뜻하기도 하고요. (외롭지 않을 수 있고, 다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였는지 가만히 제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2번이었던 적이 많았던 거 같아요. 초등학생 때 키가 커서 꼭 반에서 '가장 키가 큰 아이는 누굴까'의 둘 중 한명이었는데, 꼭 1등에게 졌거든요. 학급 반장 선거에 나가서도 부반장만 줄곧 했었고, 이 우연이 결국 대학 학과의 부학생회장까지 이어졌고요.
결정적으로, 지금 저는 제 인생 두 번째 논문을 작성 중입니다. 대학 졸업할 때 처음(학부생의 논문이란 뻔하고 뻔했던 논문이라, 사실 어떻게 썼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졸업한 지 20년이 훌쩍 지나 지금 두 번째.
제 인생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 과정을 준비하며, 솔직히 좀 설레고 떨립니다. 처음 멋모르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이제는 두 번째라 더 잘하고 탄탄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갖게 되네요.(교수님과 1:1 면담도 긴장됩니다.^^;). 근데, 이 두 번째가 순수하게 제 스스로의 선택과 도전의 결과였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들어요. 처음보다 더 떨리지만, 다시 해본다는 그 자체가 좋습니다. ^^
PS. 북뉴스가 단지 책의 내용만이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 그리고 책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 있는 모든 과정이, 우리가 알고 있는 독서의 과정과 닮아있는 듯해서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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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두 번째'라는 키워드를 처음 들었을 때, 패자부활전이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어요. 물론 세상에는 저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다행이었고요. 행복한 홍샘 님의 글을 읽으니 항상 1번이었던 제가 떠오르네요. 1등과 가장 먼 1번. 하하하. 두 번째 논문 멋지게 완성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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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왠지 멋있고, 대단하고, 완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사랑이나 첫 등교 같은 것들이요. 혹은 새해의 첫 음악 같은! (저는 돈이 들어오는 노래를 택했습니다.) 멋있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시작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해요. 저는 아직도 2023년의 일기장을 구매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는 조금 더 익숙하고, 자연스럽고, 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첫 운전은 아주 느렸지만 오늘 아침 시도한 두 번째 운전은 생각보다 훌륭했어요! 어릴 때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즐겁게 본 효과가 드디어 나타나나 봅니다. 예전에 읽은 어떤 인터뷰에서, 나의 40대와 50대가 기대된다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삶의 재미를 알아가는 요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아요. 이처럼 나의 두 번째, 세 번째 시도도 신나게 기대하며 살아가 보겠습니다.
PS. (지난 북뉴스에서) 사람은 그간 동물들에게 참으로 무례했습니다, 라는 문장이 깊게 와닿았네요! 사람이 비건을 시작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해요. 동물권/ 환경/ 건강. 저는 건강으로부터 출발했지만 가다 보니 결국은 나머지 두 분야에도 닿게 되더라고요. 더욱 친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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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에서 좋은 의미를 떠올리셨군요. <분노의 질주>로 운전에 도움을 받았다고 하시니 어떤 마음을 품고 사는지 감히 예상하게 됩니다. 인생은 뭐다? 훌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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