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응원할 테니까
Vol.47 INTERVIEW: 양지연 번역가
『생일을 모르는 아이』| 구로카와 쇼코 지음 | 양지연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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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니라 생존자와 보호자.『생일을 모르는 아이』는 아동 학대에서 시작하지만 학대 이후에 시선을 둡니다. 저자는 아동 학대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과, 열악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지키고 치유하는 어른들을 취재해 르포르타주로 엮었습니다. 미유, 마사토, 다쿠미, 아스카, 사오리.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가족. 모두 가명이지만 그러므로 우리와 더욱 가까워지는 사람들입니다.
2 || 『생일을 모르는 아이』를 번역한 양지연 선생님 인터뷰입니다. 다소 길지만, 줄이지 않은 건 다 이유가 있지요. 모처럼 좋은 인터뷰, 모쪼록 잘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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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 학대에 관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 만큼 그에 관한 콘텐츠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 책도 그중에 하나예요. 다만, 『생일을 모르는 아이』에는 같은 주제의 다른 책들과 구분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거예요. 역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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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단어는 ‘그 후’예요.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사건이잖아요. 뉴스에선 잔혹한 사건과 그에 대한 재판만 주로 다뤄요. 관련 보고서들도 아동학대 사건 현황이 중심이고요.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사회의 관심이 멈춘 바로 그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 학대 그 후 아이가 살아가는 일상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하나의 단어는, 진부하지만, 희망이에요. 패밀리홈이라는 공동생활가정에서 자신을 끝까지 믿고 지켜주는 어른을 만난 아이들은 분명 상처를 치유받고 새로 자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저자인 구로카와 쇼코 작가님도 맺음말에서 이 책을 쓰게 된 건 희망을 봤기 때문이고 그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서였다고 말씀하시는데 이런 점이 바로『생일을 모르는 아이』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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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의 관심이 멈춘 바로 그곳"에서 시작하기 때문일까요. 생소한 부분이 다소 있는데 '일러두기', '옮긴이 주' 등이 있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조사에 상당한 공이 들었을 것 같아요. 관련해 질문드려요. 조사 과정에서 느끼신 바가 있을 것 같아요. 새로 알게 된 사실이라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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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초판이 나온 게 2013년이에요. 인용한 자료가 거의 10년 전 자료라서 이후에 바뀐 통계치 등을 반영하고 싶었고 또 한국의 상황을 비교해 보고도 싶어서 옮긴이 주를 달았습니다. 일본도 한국도 아동학대 상담대응 건수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 늘어난 점이 충격이었어요.* 일본에선 2013년 7만 여 건이었던 아동학대 상담대응 건수가 2021년엔 20만 여 건으로 세 배나 늘었어요. 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아동학대가 밖으로 드러난 점이 상담대응 건수 증가의 한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제도나 법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수치는 계속 늘어나기만 할까 싶어 안타까웠어요.
이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아동학대 사건 자체의 원인과 결과에만 시선이 집중되다보니 정작 상처를 극복해 나가야 할 아이 당사자의 관점이 빠져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아동학대 사건 자체보다 그 후 아이가 겪게 되는 학대 후유증, 상실감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더 확대되기를 바라봅니다.
*보건복지부 「2020 아동 학대 주요 통계」. 2020년 한국 아동 학대 발생 건수는 30,905건(일평균 85건)입니다. 2016년 18,700건(일평균 51건)에서 연평균 13%씩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증가세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통계의 수치로만 남은 아이들을 학대 그 후, 한 사람의 '삶'으로 바라봐야 함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요. 사건 종결 이후에도 관심을 연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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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까움. 역자 님이 저자와 깊이 공감하니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 같아요. 공감의 깊이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거예요. 그나저나, 역자는 외국 저자의 원문을 곰곰 읽고 꼼꼼 옮기는 사람이었지요. 누구보다 저자를 많이 떠올리는 사람. 역자 님 생각에 구로카와 쇼코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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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하기 전에 저자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보는데요. 사진으로 본 작가님 첫 인상은 명랑한 이웃 아줌마 같았어요. 그러다 강연 영상을 봤는데 아이들의 삶을 온전히 지켜주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보는 내내 뭉클했던 기억이 나요. 작가님이 지키고자 했던 원칙과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번역 과정에서 훼손되면 안 되겠다 싶어 단어를 고르면서도 무척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이 책에 관한 해설에서 “무엇이 과거가 되었고 무엇은 과거가 되지 못했는가? 이를 해부하는 눈, 그 눈이 무척이나 예리하면서도 부드럽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말이 작가님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말인 듯싶어요. 오랜 시간 패밀리홈에서 아이들과 또 위탁부모와 함께 지내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을 테고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그 가운데 작가님이 골라낸 에피소드와 말들이 참 예리하면서도 부드러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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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카즈 감독이 저자의 감수성에 찬사를 보냈군요. "예리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역자 님이 소개하고픈 문장이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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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이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엿볼 수 있는 패밀리홈 위탁부모들의 말이나 행동에선 항상 코끝이 찡했는데 특히 “그 애들에게는 응원해주는 어른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테니까...... 멀리서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응원할 테니까”라는 말이 마음에 남아요. 이 아이들을 외면하지 말자고, 멀리서라도 응원해 주는 어른이 되자고 다정히 말 걸어 주는 것 같았어요.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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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자료
학대 그 후 우리는, 가해자는 누구인지 왜 그토록 잔혹한 행동을 하였는지에 대해 집중합니다.
하지만 학대 그 후 우리는, 살아남은 아이들을 생각해야만 하고, 또 더 개선된 환경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이 북토크를 기획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동 학대 피해 아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87명의 아이들이 아동 학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보건복지부「2020 아동 학대 주요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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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은 다리의 다리인 것 같아요. 북뉴스가 출판사와 독자를 연결하는 다리라면, 독자의 피드백은 그 다리를 지탱하는 다리니까요. 오래된 영화의 대사였지만 지금은 관용구처럼 쓰고 있는 문장, "네가 나를 완성한다." ("you complete me.", <제리 맥과이어>) 독자님의 피드백이 이 북뉴스, 나아가 사계절출판사를 완성하고 있어요. 하하하.
덕분에 이번에도 잘 완성해 나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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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당자님의 친근한 어투가 느껴져 편하게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네요. 중간중간 터져나오게 하는 단어 선택에 있어서도 무척 흡족해하며 봤답니다.ㅋㅋ(중2병에 한번, 온라인 국무총리에서 또 한 번 빵! 터졌답니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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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국무총리. 출처는 제 지인이에요. 아주 중독은 아니지만 SNS에 자주 몰입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에요. 저는 개인 SNS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제 지인은 저를 온라인 국무총리라고 놀렸어요. 그 지인은 최소한 '도널드 트럼프'인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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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제 답변이 안 나왔어요 ㅋㅋ 저만 답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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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독자와의 대화를 채우기 위해 자문자답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상상만 해도 마음이 저려요. 이럴 수가. 위태롭다, 나의 회사 생활......
정신차리고, 지금까진 그런 일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다 독자님 덕분이지요. 감사해요.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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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드백칸 오늘에서야 발견했네요. 좋아하는 책이 많고 쏘옥 들어오는 설명이 있어서 나도 글 잘 쓰고 싶다며 감탄하며 계속 읽어 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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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 너무 잘 쓰시니까, 역으로 이 이상한 게 신선해 보이는 것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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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데 이유는 없어요. 항상 공짜로 좋은 글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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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 농담도 참. 시간 내서 북뉴스 읽고, 거기에 피드백을 보내 주신 것부터가 값진 지불 행위예요. 독자님의 시간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공짜 아니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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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로, 독자님의 '인생 그림책'에 관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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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쿵!』
다다 히로시 | 보림
👀: 저에게 그림책의 매력을 알게 해 준 『사과가 쿵』을 꼽고 싶어요. 20대 초반 서점에 갔다가 우연하게 보고 바로 구매해서 지금까지 서가에 있습니다. 십대 두 소녀들에 의해 찢겨져 테이핑으로 덕지덕지 해졌지만, 그래도 참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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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이네요. 두더지가 사과에서 나온 위치부터가 애플이에요. (스티브 잡스가 다다 히로시를 따라한 것으로.) 저는 애플 물건 참 좋아해요. 제 인생 최대 업적은 아이패드 산 거예요. 소박하죠. (한심하고.) 현답우문이겠지만, 독자님 인생의 최대 업적은 무엇인가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사과가 쿵!』. 독자님 가족의 오랜 벗이군요. 근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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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를 찾아라!』
마틴 핸드포드 지음 | 예림
👀: 『월리를 찾아라!』입니다. 어릴적 집에 있을 때 부모님이 이 책을 던져 주셨데, 찍소리도 안 하고 하루종일 이 책만 본 것 같아요. 나중엔 월리만 찾는 게 아니라 별의 별 걸 다 찾게 되더라구요. 책은 너덜너덜해지고 분해될 때까지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생 최초로 무언가를 초집중해서 한 것 같아요.
월리상 오겡끼데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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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치롱. (물론.)
윌리. 빨간 스트라이프와 동글동글 안경의 대명사. 저도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특유의 능청스러움이 느껴지는 요정 같은 청년. 보드 게임을 좋아하게 생긴 재치 있는 청년.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마케팅 팀장님이 마케팅은 독자를 찾는 게 아니라 독자가 찾게 하는 거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나네요. 사계절출판사는 독자의 윌리가 되어야 하는가 봅니다. 하하하. 이거 참, 어렵습니다. 정말 어려워요. 쉽게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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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라파 냐무냐무』
이지은 지음 | 사계절출판사
👀: 이지은 작가님의 『이파라파 냐무냐무』. 털숭숭이의 사정을 알기 전에는 조그만 마시멜롱들이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지 응원하며 페이지를 넘기다가 예상 못한 반전에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털숭숭이가 영문도 모르고 포박을 당하는 장면이 나중에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어눌하고 정확하지 않다고 해서, 나와 좀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해선 안된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살면서 그런 섣부른 판단이나 오해를 나도 모르게 또 하게 될 때 종종 들춰 보곤 하는 그런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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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님은 배우는 사람이군요. 마음이 건강하신 분 같아요. 눈이 참 맑으시네요. 그런데 남들 모르게 힘든 일도 있을 것 같고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하하하. 괜찮다면 저도 하나만 물을게요. 혹시 도를 아시나요? 조상님이.......
농담이에요. 털숭숭이는 참 귀여운 친구지요. 여리기도 하고.
오해가 무지보다 위험해요. 거리에서 '도를 아시나요?'라고 묻는 사람들도, '도'에 관해 오해하고 있는 거죠. 모르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무조건 나쁜 사람일 거라는 것도 저희의 오해일 거예요. 모르는 게 아니라.
잘 보고, 잘 듣는 이 어려운 일에 사계절출판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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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의 여행』
강원희 지음 | 김복태 그림 | 프뢰벨
👀: 어릴 적 모든 페이지마다 덕지덕지 박스테이프로 수술해 놓을 정도로 자주 읽었던 프뢰벨 사의 『허수아비의 여행』 이 제 인생 그림책입니다.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또 다른 새로운 의미를 전달해 주는 굉장한 책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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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파일을 구할 수 없어 구글링 돌려 겨우 찾았어요. 인생 그림책은 역시 닳고 닳아야 하나 봅니다. 허수아비의 여행. 표지부터가 아련한 느낌이에요. 눈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저도 보고 싶네요. 그나저나 코가 떡볶이처럼 생겼네요. 배가 고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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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음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사계절출판사
👀: 어릴 때부터 그림책도 많이 봤는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은 건 없네요......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최근에 봤던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로 하고 싶어요. 그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처음이어서 신선하기도 했고, 그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게 처음이었거든요. 거기다가 처음으로 네이버 메인에 올랐던 서평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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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회자정리가 아니면 기약할 수 없는 엄마의 부재. 아름다운 한편 아픈 책이었어요. 파편 같은 기억들이 합쳐져 이야기가 되는 과정. 맥락이 다른 것들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의미로 승화시키는 것. 충돌 몽타주라 하나요? (아니면 말고~) 신기한 책이었어요.
독자님의 서평이 궁금하네요. 다음 피드백에 링크 남겨주시면 정성껏 살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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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의 피드백은 북뉴스 쓰는 일에 큰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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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있나요. 대나무숲......(온라인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 운영하는 기분이네요. 대학생 된 거 같아요. 이제 3월이니 새 학기가 시작되겠네요. 저는 긴긴 방학 대신 긴긴 노동의 겨울이 끝나고요. 이제 곧 긴긴 노동의 봄. 그리고 긴긴 노동의 여름....... 나는 노동하는 내가 좋다. 나는 내가 참 좋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이번에는 새 학기에 관한 질문이 있습니다.
1. 새 학기에 기대하는 것. (기대했던 것.)
2. 새 학기에 걱정하는 것. (걱정했던 것.)
모두 실을 수는 없지만,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거침 없이 피드백 남겨 주세요!
무시보단 차라리 비난을! (하지만 나는 당신의 다정함을 알고 있지요.)
다음은 새 학기 큐레이션입니다.
ps.
지난 북뉴스 중, 『100 인생 그림책』 저자 표기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하이케 팔러 글 |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입니다.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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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계절출판사
파주시 회동길 252
031 955 8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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