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큐레이션 Vol.44 CURATION: 그림책 특집 『내 마음 ㅅㅅㅎ』| 『짜장면 더 주세요!』| 『100 인생 그림책』| 『재활용, 쓰레기를 다시 쓰는 법』 LETTER 🎈 가성비 1 ||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 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책의 성능은 어떻게 측정(평가)할 수 있을까요. 자동차의 주행 거리나 컴퓨터의 연산 속도와는 궤가 달라요. 정량 대비 정성의 문제. 숫자와 마음의 거리 설정. 항상 골머리 앓아요. 2 || 정성 평가의 결정적 한계. 측정 방법의 타당성을 아무도 검증할 수 없어요. 내 마음이 정하는 방법으로 측정을 하면 네 마음에는 안 맞을 수도 있어요. 가령, 두 독자의 대화. 그림책을 보고 있네요. 『100 인생 그림책』. 📚: 가성비 정말 좋다. 발레리오 비달리, 그는 천재야....... 삽화가 책값의 곱절은 했어. 🚀: 그건 네 생각이고. 그림 보는 데 1초야. 1초가 책값의 곱절은 한다? 너 부자였어? 3 || 📚는 자기 마음이 정한 방법으로 값어치를 따져요. 반면 🚀는 객관적인 시간을 잣대로 책값을 평가하고요. 누구 말이 옳은지 구분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어요. 다만, 📚와 🚀 중, 여러분과 유사한 가성비 산정 방식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요. 둘 중 누구와 친구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이나요. 이미 여러분 각자의 마음 속에서 결론이 났을 테죠. (📚와 🚀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둘이 친구라는 사실을 증명해요. 오해 금물.) 4 || 그림책 큐레이션이에요. 그림책에 관해 📚와 같이 가성비를 세울 수 있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어요. (헤진 말이지만) 취향의 공동체를 위한 작은 목록이자 알림장. 독자의 장바구니를 사계절출판사 그림책으로 채우려는 마케팅의 검은 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검은 손이 나쁜 손이라는 건 진부한 편견이에요. 5 || 농담이에요. 여러분의 취향을 재고하고 갱신하고 확장하는 일에 북뉴스가 일조했으면 좋겠어요. 재미있게 봐주세요. 피드백도 남겨주세요. 미리 감사해요~ 👋 CURATION 🍀『내 마음 ㅅㅅㅎ』 | 김지영 그림책 1|| 내 마음도 모르는데 네 마음을 어떻게 아느냐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죠. 내 마음을 몰라도, 네 마음은 알 수도 있고, 네 마음을 몰라도 내 마음은 알 수 있어요. 왜 아니겠어요. 내 마음도 모르는데 네 마음을 어떻게 아느냐고 하는 사람은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노력 운운은 구태의 상징이 됐지만, 그 이전에 노력은 성의이고, 성의는 예의지요. 믿음이고. 2|| 『내 마음 ㅅㅅㅎ』은 아이들을 위한 신나는 그림책이지, 위에 쓴 것처럼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만 '내가 네 마음의 그림을 그리는 일'에 관해 생각하게 했어요. 네, 의미 부여겠죠. 3|| 제1회 사계절그림책 대상 수상작이에요. 엄청난 책이란 뜻이지요. (출간 당시 북뉴스에 책에 관해 좀 더 친절히 적었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100 인생 그림책』 | 하이케 팔러 글, 비달리오 비달리 그림 1|| 100세 시대라, 100세에 이른 사람보다 요절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요. 일찍 떠난 자의 명복을 비는 게 100세 인생을 축복하는 일보다 시급하니까요. 2|| 그러니까, 100세 시대라는 '카피'는 넘쳐나도, 100세 시대에 관한 '콘텐츠'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그게 『100 인생 그림책』이 사랑받는 이유겠죠. (물론 이 노래 같은 책은 아니랍니다!) 3|| 죽음을 끝이 아니라 완성으로 다뤄요. 완성도가 높은 그림만큼이나 이야기도 좋아요. 부모님께 선물해 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건 저만이 아니었어요. 🍀『짜장면 더 주세요!』 | 이혜란 쓰고 그림 1|| 짜장면도 자장면이라면 악법도 법일까. 2|| 짜장면과 자장면. 원칙대로라면 자장이 맞지만 짜장도 허용하지요. 허용하는 이유는? 발음이 그게 자연스럽고,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겠죠. 저도 정확히는 몰라요. 3|| 『짜장면 더 주세요!』가 『자장면 더 주세요!』였다면 얼마나 밋밋했을까. 설탕 없는 짜장면처럼 고문에 가까웠을 거예요. 표지의 저 빛나는 짜장 소스를 보세요. 누가 저기에 대고 자장이라 할 수 있겠어요. 4|| "배가 고파졌다." 이 대사가 떠오르는 책이에요. 군침 싹. 탕수육...... 🍀『재활용 쓰레기를 다시 쓰는 법』 | 이영주 글 김규택 그림 1|| 기후위기의 시대. 하나 확실한 게 없는 가운데 명확한 하나는 기후위기는 과학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에요. 대체 에너지, 지구 공학 등 여러 말이 나오지만 인식 변화에 모든 해결책이 담기곤 하는 게 기후위기예요. 2|| 버리는 사람과 처리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인 사회적 문제예요. 사소한 이기심을 따뜻한 이타심으로 만드는 방법은, 역할재분배겠죠. 함께 버렸으면 함께 치워요. (관련 기사: <정의로운 플라스틱의 가능성> | '월간디자인') COMMUNITY 🎈 독자와의 대화 그림책에 관한 북뉴스였지만 그림책을 이야기하지 않았네요. 하하하. 마지막에 『재활용 쓰레기를 다시 쓰는 법』을 소개했는데 이 북뉴스는 제가 평소에 하는 생각 다시 재활용해서 쓴 것 같아요. 잘 씻고 닦았으니 악취는 안 날 거라 생각하지만, 비위가 약하신 분들에겐 다소 실례를 범한 게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직전 북뉴스, 『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선생님 인터뷰 관련해 다양한 피드백이 들어왔어요. 담당자는 그 피드백 하나 둘 읽을 때마다 양가감정을 느껴요. 너무 기쁘죠. 감사하고. 그런데 창피하기도 해요. 저는 회사에선 말을 거의 안 하는데 여기선 이렇게나 많은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온라인 대통령은 아니고 온라인 국무총리 정도는 된 것 같아요. 현실에선 정반대인데 말이죠. 이번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피드백에 응답해요. 언급된 분들은 또 다시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독자: 👀 | 담당자: 🎱 👀: 이번 호는 많이 시니컬합니다. 의욕을 누가 앗아가셨나요. 화이팅! 응원합니다. 🎱: 시니컬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고마워요. 저는 지독한 중2병 환자예요. 그래서 시니컬 같은 말을 좋아해요. 밝아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 믿음직하다, 건강하다 같은 말보다는 우울해 보이고, 냉소적이고, 약해 보인다 등의 말이 더 좋아요. 미성숙한 거죠. 웃자고 하는 말이기도 하고. 덕분에 약해지던 의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요. 감사해요. 👀: 글을 너무 잘 쓰셔요. 빠져들게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 hoxy...... 1004🧚♀️? 👀: 『페르마타, 이탈리아』 인터뷰에 이어 10년 뒤를 기약하는 글이 뭔가 찰떡이었어요.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떠올라 고갤 들었네요. 요즘 잠들기 전 이 책을 읽는, 이금이 선생님보다 한 살 많은 우리 엄마 말이죠. 🎱: 너무 자주 변하는 세상이니 오히려 변하지 않을 것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흔들리는 버스에 서 있을 때 하체에 힘을 주는 것처럼. 10년 후에도 독자님과 이런 필담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매일 행복하세요. 👀: 카톡을 주고 받듯이 편하게 Q&A가 오고간 형식으로 적혀있어 누군가의 카톡대화를 정당히 엿보는 듯한 묘한 재미가 느껴져 좋았고 더 집중해 보게 됐어요. 아예 사계절 북뉴스만의 채팅창 디자인으로 꾸며 구성해도 좋을 것 같다는 사견입니다. 매번 감사히 잘 받아 보고 있습니다.^^ 🎱: 지금 하고 있는데요. 카톡은 아니고 천리안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제 답신을 우측으로 정렬하니 매우 산만하더라고요. 하하하. 이메일 편집기의 한계가 참으로 아쉽습니다. 👀: 코로나로 여행 안 간지 오래되었는데 몇년 전에 갔던 이탈리아가 생각났어요. 작가님의 함께 간 친구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 하면 느낌표가 떠올랐어요. 🎱: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고, 이동진 평론가가 말했는데요. 의미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도 두 번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 두 번째 여행을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이겠지요. 👀: 피드백 처음 써봐요. 북뉴스 넘 재밌다고 이상하게 끌린다는 말 전하고 싶었어요. 고맙습니다. 🎱: 하하하. 공유하세요! 주변에 재미있게 봤다고 알려주세요! ❓ 추가로, 지금 떠나고픈 여행에 관해 물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 에세이에 관한 북뉴스였으니까요.) 👀: 금요일에 질문하시면서 '집'을 제외하라고 하시니... 책상 서랍속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도라에몽 만나러. 겨울엔 위로가 필요하니까요. (아, 이거 여행 관련 질문이었나요? 쏘리.) 🎱: 책상 서랍이 타임머신이었지요. 제 기억에 도라에몽이 미래에서 과거로 온 이유는, 진구 손자의 인생역전의 열망 때문이었어요. 가난한 진구의 가난한 손자는 새뱃돈을 500원(?) 밖에 받지 못했거든요. 하하하. 아니면 말고요. 도쿄에는 후지오 후지코 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여행이 가능해지면 한 번 꼭 가보고 싶네요. 👀: 옛날 결혼하기 전 내 방. 🎱: 저는 미혼인데요. 저도 제 방이 좋아요. 👀: 경기도 연천군. 🎱: 연천군에는 백마고지라는 전철역이 있어요. 매점에서 컵 쌀국수 먹기 좋은 계절입니다. 거름 뿌리기 전이니 공기도 달고, 하늘에는 아직 독수리가 있겠네요. 👀: 창문 밖으로 고요한 바다가 보이는 (승객이 적고 조용한) 버스 안. 🎱: 여기서 저기로 가는 게 여행이라면, 이동 시간이 가장 여행다운 순간일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버스보다는 기차가 타고 싶네요. 통기타와 감귤...... "조개 껍질 묶어~" ♬ 외에도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으나 분량 관계로 모두 다룰 수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