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큐레이션
Vol.48 Curation: 새 학기
『차대기를 찾습니다』, 『빨간 여우의 북극 바캉스』,
『우리를 만나다』, 『호메로스의 일리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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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그렇게 읽히지 않겠지만 이건 새 학기 북뉴스예요.
1||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새 학기는 이런 고민과 함께 시작했어요. '우리 반에 누가 있나.',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새로 배우는 과목이 어렵진 않을까.' 불안은 있어도 후회는 없었어요. 이를테면, 2학년이 될 때, 1학년 때 하지 않은 일에 관해 자책하지 않았어요. (나만 그랬나? 그래서 내가?)
2|| 내가 읽어도 좋고, 자녀가 읽어도 좋은, 그래서 우리를 하나로 엮어주는 책들. 새 학기, 몸도 마음도 건강하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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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기를 찾습니다』 | 이금이 장편동화, 김정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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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기. 흔한 이름이 아니에요. 동명이인이 많지 않을 거예요. 제가 보기엔 특별한 이름이에요. 개성이 있어요. 샘나요.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특별한 누군가와 닮은 것을 특별함이라 여길 수 있어요.
차대기는 그런 학생이에요. 인터넷에 자기 이름을 검색해요. 그리고 인물 사전에 오른 동명이인이 없다는 걸 알고 실망해요.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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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방에 들어온 나는 인터넷 검색창에 비로소 내 이름 '차대기'를 입력했다. 가슴이 뛰었다. 유명한 사람이 있으면 내일 학교에 가서 안 찾아본 척하고 스마트폰 가진 애한테 검색해 달라 해야지.
드디어 화면이 바뀌었다. 가장 위에 있는 것은 어학 사전이었다. 사전에 오를 만큼 대단한 사람이 있나 보다! 나는 기대를 품고 읽기 시작했다.
차대기
자루나 포대의 전라도 사투리
이게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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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여우의 북극 바캉스』 | 오주영 동화, 심보영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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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 뜨거운 태양 아래 파라솔, 백사장에 누워 코코넛 음료를 마시는 그림을 떠올리는 건 제가 20세기 사람인 탓이에요. 저의 바캉스는 아직 뜨거워요. (라고 20세기를 10년도 살지 않은 사람이 말합니다. 놀려도 좋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 그리고 이 책은 『빨간 여우의 북극 바캉스』. 북극의 설국을 감상하며 머리를 식히는 휴가는 없어요. 빨간 여우가 굶주린 북극곰과 조우하는 바캉스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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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빨간 여우는 북극곰이 떠올랐습니다. 북극곰은 낮잠을 자고 물범 사냥을 하던 기쁨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느 날 빨간 여우도 매화 향기와 귀뚜라미 소리, 작지만 아늑한 여우 찻집, 노을이 드는 아침 바다를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빨간 여우는 그리운 것들이 사라진 세상이 얼마나 막막할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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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은 "일이 진행되는 까닭이나 형편"이에요.『우리를 만나다』는 영문 없이 도서관에 갇힌 두 사람이 영문 없이 각각 어떤 책을 읽으며 시작하는 소설이에요.
'그들은 왜 도서관에 왔고, 왜 책을 읽어야 할까.' 책과 함께 펼쳐지는 호기심을 하나 둘 풀다 보면 처음의 물음은 '우리는 왜 태어났고, 왜 살아야 하나'로 이어져요. 영문을 모르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지요.
표지. 두 사람이 책을 읽고 있어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두 주인공과 함께 책을 읽는 느낌이 들 거예요. 이 책은 도서관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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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 의자에 앉아 잠깐 숨을 돌렸다.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선반에 놓여 있는 책이 눈에 띄었다. 책장이 바람에 넘어갔다. 마치 누가 손으로 넘기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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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신들의 전쟁과 인간들의 운명을 노래하다』 | 장영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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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 이해에 중요한 텍스트라는 점을 논외로 두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특히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일리아스』는 신화의 하이라이트지요.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투, 오뒷세우스의 지혜 등 가슴 뛰는 대목이 가득해요. (오뒷세우스. 맞아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신들의 전쟁과 인간들의 운명을 노래하다』는 총 24권 15693행으로 이루어진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관한 친절한 변역서이자 풍부한 해설서예요. 입문서로도 좋지만, 이것으로 충분할 수 있어요. 『삼국지』가 그런 것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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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고전'을 읽는 것은 일종의 전투를 치르는 것이다. 내 영혼의 어느 곳에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세계와 치열한 전쟁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무런 노력이나 대가 없이 단지 글자를 안다는 이유만으로 뛰어드는 경우에는 백전백패한다.
처음으로 『일리아스』를 읽다 보면 수많은 암호들이 마치 바닷속 암초처럼 즐비하게 늘어선 듯이 다가온다. 아무런 대책 없이 나서면 싸워 보기도 전에 암초에 부딪혀 완전히 파선되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전을 읽기 시작할 때, 제1권은 억지로 참고 읽다가 제2권에서 인내심의 막바지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어느 날 갑자기 『일리아스』라는 책이 아무도 모르게 실종되고 만다. 그러므로 최소한 『일리아스』라는 새로운 영토에 접근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기본적인 무기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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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출근하며 놀랐어요. 횡단보도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가득해서요. 오래전에 본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미국의 고속도로를 마비시킨다는 물소 떼....... 계절은 변했고, 시절은 지나고 있네요.
한가로운 소리인가요. 요즘 세상에 필요한 소리 같아서 해 봤어요. 이번 독자와의 대화는 가능한 한 한가로이 응답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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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에게 다정한 출판사에 애정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 :) '그 후' 가 중요하다는 번역가님의 말씀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편이 되는 방법)도 고민해 보고요. 무엇보다 담당자님의 말투가 너무 좋아요. 담당자님 덕분에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오전입니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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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하지 않으면 매정해야. 저로서는 어려운 일이에요. (여기는 직장이니까.) 그래서 저는 쉬운 일을 하고 있어요. 일을 어렵게 하지 말자.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목전에 봄을 두고 잠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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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번역가님의 인터뷰를 통해 책 내용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번역가님의 따듯한 마음도 전해졌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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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털 클리어(Crystal Clear)라는 표현이 있어요. 투명하다. 명백하다. 정확하다. 솔직하다. 그런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에요. 지난 북뉴스의 양지연 번역가님 인터뷰에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하고요. (내열 유리는 열전도율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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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복 없이 항상 일정한 스탠스를 유지하시는 것 같아요.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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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관성 부족은 악필의 조건이에요. 지렁이같이 글씨를 써도 일관된 스타일이 있다면 그건 악필이 아니라 고유한 서체예요. 지렁이 같은 북뉴스를 만들고 있는 가운데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들었네요. 큰 응원이에요. 고마워요.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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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새 학기에 기대하는 것. (기대했던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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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하는 것은 딸들이 새 선생님과 새 친구들, 새로운 매일매일에 잘 적응하는 것, 잘 먹고 잘 자는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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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따라 영어를 계속 사용하네요. 유명한 말. 하루를 사수하라. Seize The Day. 다소 비장한 감이 있지만 '좋은 하루가 좋은 나'를 만든다는 의미로 되뇌이면 좋을 것 같아요. 독자님도, 자녀분들도 Seize The Day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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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준생이라 새 학기는 없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니 몸도 풀리고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새롭고 싱싱하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생 때 새 학기에 기대했던 것은 방학 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만나는 것, 새롭게 짜여진 강의 시간표로 들을 수업들, 학교 도서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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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칩이 막 지났어요.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퐁당
-마쓰오 바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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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새 학기에 걱정하는 것. (걱정했던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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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직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취직이 빨리 되지 않을까 봐 걱정도 커요. 그림책을 보고 공부하며 불안함을 달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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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가 크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은, 독자님께는 진부한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응원의 말을 해야 좋을까 곰곰 생각하다 떠오르는 말은 어쩔 수 없는 동문서답입니다. 너무 먼 것이 너무 잘 보이면, 그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멀리 보라고 하지만 그게 쉬운가요. 선입선출. 손에 닿는 것부터 하나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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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기를 위해 '미리 걱정하지 않는 마음'을 준비했기 때문에 걱정 없어요!(센 척! 그래도 노력하니까 프로걱정러인 저에게도 작은 발전이 있네요. 걱정 없고, 문제 없고, 답도 없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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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또한 프로 걱정러예요. 외출할 때 가스, 수도, 창문, 보일러, 조명을 트리플 체크하지 않으면 종일 불안해요. 그러니까, '나는 분명 창문을 닫은 기억이 있지만 그건 내가 어제 본 영화의 한 장면이거나, 내 상상이 만든 거짓 기억일 수 있으므로 다시 한번 체크해야 한다.' 이런 심리. 내가 나를 안 믿어요. 독자님이 말씀한 "미리 걱정하지 않는 마음"은 다시 말해 스스로 신뢰하는 태도로 보여요. 내가 지금껏 어떻게 살았는지 너무 잘 알기에 무엇보다 가지기 어려운 자세일 테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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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의 피드백은 북뉴스 쓰는 일에 큰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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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전쟁과 평화에 관한 질문이 있습니다.
모쪼록 여러분의 생각을 공유해 주세요.
모두 실을 수는 없지만,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거침 없이 피드백 남겨주세요.
ps. 다음은 『우리를 만나다』, 이경주 작가님 인터뷰입니다.
ps. 소중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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