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뉴스레터 3월 1호 《바람의 사춘기》특집 박혜선 동시집 | 백두리 그림 ① 뉴스레터 담당자: 미련 1. 예전엔 '미련'이라 하면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한 일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당시에 했어야 하는 말인데 끝내 정리되지 못했거나,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한 어떤 말들이 우선 생각납니다. 말하지 않아 창피함을 피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내 생각을 전할 수 있는 단어의 조합이 이제서야 떠오른 참이라 아쉬운 마음뿐입니다. 물론 제 말과 글이 상대의 눈과 귀로 흘러갈 명분도, 상황도 없지만 말입니다. (때를 놓친 재고품을 만지작거리는 작은 공장 사장님의 마음이 이럴까요.) 2. "은행나무가 쓰려졌다. / 태풍에 흔들리다 뿌리째 뽑혔다 // 꾸불꾸불 / 땅속 길 찾아 / 얼마나 헤맸는지 알겠다" - <땅속지도>, 《바람의 사춘기》, 박혜선 동시집 | 백두리 그림 19번째 사계절동시집 《바람의 사춘기》에는 이 시 <땅속지도>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차마 꺼내지 못한 말에 미련을 품고 살아가는 저는 이 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하지 못했던 말들은 대체로 상대방이 있는데 그들이 없어진 지금, 제게 필요한 건 미련을 정리할 시간과 공간일 것이고, 이 시는 뭐랄까, 그것을 마련해줍니다. 잠깐 시를 보겠습니다. 태풍이 몰고 온 강풍이 창을 치고 있고, 화자는 집 안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가자 그는 밖으로 나가 뿌리 뽑힌 은행나무와 그 나무 아래에 붙어있는 뿌리를 봅니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나는 태풍 치는 날의 창밖 은행나무처럼 볼 수는 있어도 만질 수 없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시의 화자가 했던 것처럼 태풍에 뿌리 뽑힌, 지금보다 어린 내게 "얼마나 헤맸는지 알겠다"는 말을 건네는 것뿐이지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미련이 조금이나마 사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과거를 인정하는 일의 의미는 과거의 나에게 방을 내주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돌아갈 곳으로 간다. 그러니까, 사필귀정. (거자필반은 아니길.) 3. 동시는 어린이를 염두에 두고 쓴 시이지만, 이 시의 저자는 어른입니다. 즉, 어른이 아이에게 건네는 글이므로, 현재의 내가 지금보다 어린 나에게 붙이는 편지처럼도 읽을 수 있는 게 동시입니다. 《바람의 사춘기》. '시의적절' 중 시(時)를 놓친 분들에게 이 동시집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럼, 뒤로 돌아서,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만. ② 편집자: 후기 얼마 전, 어느 배달노동자님이 겪은 부당한 일이 종일 뉴스에 오르내린 날이었습니다. 동시 한 편을 두고 편집자와 마케터가 의논을 거듭했습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책의 시를 공개해도 될까요? 혹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까요? 이 동시가 책 전체의 이미지를 결정하게 될까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님들과 바로 지금, 함께 읽으면 좋겠어요. 결국 퇴근 무렵이 되어서야 사계절어린이 인스타그램에 동시 <첫눈 내린다>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퇴근길, 운전하는 내내 알림이 울렸습니다. 그만큼 많은 독자님들이 공감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눈 오는 날, 학원 버스 기다리는 아이와 파란 조끼 아저씨가 편의점 창가에 나란히 앉아 라면을 먹습니다. 두 사람 다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결국 아저씨가 바삐 나갑니다. 아이는 떠나는 택배 트럭과 반이나 남은 아저씨의 라면을 한참 보다가 학원 버스로 뛰어갑니다. <첫눈 내린다>는 우리가 사는 세상,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그렸습니다. 돌아보기만 하면 발견할 수 있지만, 쉽게 놓치고 마는. 2019년 11월, 박혜선 선생님이 동시 원고를 보내셨습니다. 동시집 한 권에 고작 50편쯤 실리는데, 모두 130편이었습니다. 책을 준비하는 사이, 많은 일들이 생겼습니다. 팬데믹이 일어나고,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고,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택배와 배달이 일상에 꼭 필요한 일이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배달노동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 모든 일들이 동시에 담겨 자꾸만 도착했습니다. 세상이 변해도 잊히지 않아야 할 존재에 대한 동시들은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200편에 가까운 시들을 읽고 또 읽으며 책에 실릴 작품들을 정했습니다. 정하며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는, 어린이가 이 세상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어른들은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겠지만요.
《바람의 사춘기》 가 출간된 뒤, ‘꼭 내 마음 같다’는 어린이와 어른 독자님들이 많았습니다. 네, 그럴 수밖에요. 지금 함께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니까요. 편집자 J ③ 《막내의 뜰》 일곱 번째 집 2회, 3회 ④ NOTE 1. [김영하 북클럽] 《어린이라는 세계》 라이브 방송 다시 보기 김영하 작가가 《어린이라는 세계》에 관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이 다녀온 어린이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책을 읽으신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함께 견주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환대였어요. 교사가 학생들에게 환대를 알려주잖아요? 그럼 학생들이 타인을 환대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대표 북튜버 겨울서점 님의 장바구니에는 어떤 책이 들어있을까요? 확인해보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