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49 인터뷰: 『인생 어휘』 이승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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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고전에서 벼려낸 32가지 ‘인생 어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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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둘러싼 인간의 염원과 지식의 문화사를 파헤친 『한자의 풍경』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이승훈 교수가 동양 고전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현대 사회의 32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단어의 어원과 고전 속 지혜를 유려하게 담아낸 여정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이승훈 교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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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공자, 맹자 등의 철학을 짧게나마 배우지만 여전히 많은 독자들은 중국 고전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 시대에 중국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을 쓰시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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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중국 고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상은 무엇인가요? 자아 성찰에 도움이 되지만 조금 어려운 이야기. 도덕적으로 옳은 말로 가득하지만 지금 시대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이야기. 읽어두면 나쁘지 않겠지만 지금 꼭 읽어야 한다는 절실함은 크지 않은 이야기. 중국 고전이란 대체로 현실감 없는 옛날 사람들의 한가한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편견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혹시 공자와 맹자에 대한 선입견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주장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사실 알고 보면 공자와 맹자는 무엇보다도 부조리한 사회를 개선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가졌습니다. 왕조시대에 살던 그들이 이런 사회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은 왕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논어』와 『맹자』에 반복되는 도덕적 성찰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왕에게 왕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당부하는 정치적 압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후세 사람들은 이런 주장의 배경에 있던 사회 변혁에 대한 열망은 지워버렸습니다. 이때부터 중국 고전은 개인의 도덕적 반성과 자아 성찰에 관한 내용으로 축소되고 말았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는 중국 고전 관련 책들도 대부분 개인적 차원의 반성이나 마음 다스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회적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고전은 당장 읽어야 하는 책으로 다가오지는 않겠지요. 개인의 도덕적 반성만으로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아 성찰을 강조하는 자기 계발서에 등장하는 좋은 말들이 한편으로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쓰면서 항상 염두에 두었던 바는 이것입니다. 이 질문은 지금 우리 시대에 절실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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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고전 속 이야기가 이토록 동시대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데 놀랐어요. 여러 중국 고전을 아우르며 32개의 키워드를 뽑아내셨는데, 이렇게 주제를 선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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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중국 고전 수업을 들으면서 별다른 지적 자극을 받지 못한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공허함의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대학에서 고전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면서 그 이유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교재를 다시 살펴보니, 수록된 문장들은 몇 백 년 전 사람들이 명문으로 고른 것들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글의 가치도 변해 갔으련만 20세기까지도 우리는 옛날 사람들의 기준에서 좋은 글을 읽고 있었던 것입니다. 좋은 글이란 시대를 초월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지요. 옛사람들에게 좋았던 글이 20세기의 대학생에게도 지혜와 감동을 준다는 보장은 없는 것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21세기 학생들에게도 똑같은 실망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차라리 지금 시대에 절실한 개념에서 출발해 고전을 읽어보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저부터 고전을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공자와 맹자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우리 시대의 목소리를 겹쳐보았더니 울림을 주는 것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서가에 먼지 쌓인 채 우두커니 꽂혀 있던 고전이 누군가 읽고 밑줄을 긋는 순간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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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부엉이가 목표물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관(觀) 자, 큰 귀와 사람을 조합해 만든 갑골문 성(聖) 자, 작은 소리에 놀라 도망치는 원숭이와 코끼리를 나타내는 유(猶) 자와 예(豫) 자 등 잘 알지 못했던 어원을 알아가는 재미가 이 책의 큰 축을 이룹니다. 이렇듯 글자의 어원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왜 중요한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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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어들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중국 고전에서 비롯되어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개념들은 仁, 義, 禮, 智, 信과 같이 1음절 단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文學, 歷史, 哲學, 科學, 物理 등과 같은 2음절 한자 단어들은 약 200여 년 전 서구의 개념을 번역하면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글쓰기를 지배하는 개념어의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것이지요. 한국어 사용자들의 사유 체계에 완벽하게 자리 잡는 데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개념들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 글은 잘 읽히지 않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반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저자들은 대체로 글을 쉽고 간결하게 씁니다. 개념을 자신의 사유로 완벽히 내면화했기 때문입니다.
개념이 사유의 도구가 되려면 그 의미의 경계가 명확해져야 합니다. 개념의 기원을 찾는 것은 그 경계의 끝을 탐색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개념을 구성하는 낱글자 한자의 어원을 만나기도 하지요. 그곳에서 우리는 처음 글자를 만든 사람들이 상상했던 세계를 엿보기도 합니다. 간혹 개념 안에 숨어 있던 글자들의 핵심이 반짝 드러나기도 합니다.
맹자는 우리가 다양한 분야를 넓게 공부하는 이유는 간결하게 설명하기 위한 것(博學而詳說之, 將以反說約也)이라고 했습니다. 한자의 어원이라는 낯선 분야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의 생각을 쉽고 간결하게 표현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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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남경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다. 중국의 문자, 고전, 문화사를 아우르는 지적 전통을 현대적 맥락으로 새롭게 풀어내는 데 관심이 많다. 전공 수업을 통해 검증된 양질의 중국 관련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디지털 아카이브 중국학 위키백과를 구축하기도 했다.
중국수사학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한자의 문자적 매력과 그 안에 담긴 예술적 상상력을 간결한 필치로 담아낸 『한자의 풍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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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승훈 교수님 인터뷰 읽으셨나요. 어떤 경우 단어는 마치 마법 같아서 단지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바뀌곤 합니다. 독자님이 『인생 어휘』에서 그런 단어들을 만나볼 수 있음 좋겠습니다. 지난 북뉴스는 김상태 작가님의 『말랑한 고고학』 에필로그였습니다. 마지막 연재글, 독자의 피드백에 응답합니다.
* 더불어 한 가지 공지 드립니다. 아쉽게도 사계절 북뉴스는 오는 10월 24일을 마지막으로 발행을 마칩니다. 독자에게 더 좋은 책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감사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소식은 남은 북뉴스에 차차 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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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 🎱: 담당자
👀 라이너스
그간 좋은 이야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분야에 관해 알아가는 기쁨이 반가웠습니다. 책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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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스님, 안녕하세요. 새로운 분야를 소개할 수 있어서 저도 기뻤습니다. 김상태 작가님과 새 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옥동자
읽는 게 쉽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남는 게 많습니다. 지금 여기 있는 게 모두 그냥 있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은 참으로 요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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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옥동자님. 맞아요. 이유 없이 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말랑한 고고학』도 독자가 있어서 연재할 수 있었어요. 연재의 이유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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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어휘』 이승훈 교수 고민상담 북토크
💬 여러분의 고민에 응답할 '인생 어휘'를 처방해 드립니다!
아주 사소한 고민부터 묵직한 질문까지, 이승훈 교수에게 여러분의 고민을 들려주시고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어휘를 만나보세요.
🎈 북토크 안내
북토크: 10월 11일(금) 오후 7시 30분, 사계절TV 유튜브 채널 라이브
※ 참여자 전원_글쓰기 루틴의 필수템 '필사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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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 유목제국사』 정재훈 교수 라이브 강연💬막북 고립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목제국으로 발전한‘위구르’의 역사와 그 유산 복원- 고대 유목제국사 3부작(흉노, 돌궐, 위구르)으로의 연구 여정📌 강연 주제▲ 막북 초원에 고립된 한계 속에서 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교역 국가로 성장하고 세계사에 거대한 유산을 남긴 유목제국 위구르의 역사 복원▲ 고대 투르크 비문 자료와 한문 자료를 연결하고, 지난 100여 년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여 위구르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 문명사관과 중국 중심 역사관에서 벗어나 위구르의 세계사적 위상 재정립▲ 고대 유목제국사(흉노, 돌궐, 위구르) 3부작 개괄🎈 강연 안내일시: 2024년 10월 25일(금) 오후 7시 30분채널: 유튜브 사계절TV 라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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