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젤란과 콜롬버스의 영향일까요. 원양 항해는 근대에나 가능해진 일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바다의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점과 점 사이에 그을 수 있는 선의 종류만큼, 걸어갈 수 없는 곳에서 발견된 사람의 흔적은 최초의 항해에 관한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게 합니다. 『말랑한 고고학』 8화.
수백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인간의 초기 조상은 주로 숲과 초원을 오가며 삶을 영위했다. 처음 그들에게 아프리카 대륙은 요람과 같은 곳이었지만, 빙하기와 같은 대규모 환경 변화가 요람을 척박한 땅으로 바꾸어놓았을 것이다. 빙하기는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땅을 찾아 길을 나서야만 했다. 이것이 인류의 조상들이 몇 차례 아프리카 탈출을 시도한 배경이다. 그들이 미지의 세계를 더듬어가며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났을 때마다 마주친 것은 다름 아닌 바다였다. 인류사에서 처음 나타난 어부들은 해안가에 두터운 조개무지貝塚를 남긴 신석기인들이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 구석기 시대부터 인간은 바다를 이용했다.
인간과 바다의 관계는 다른 주제들에 비해 유독 모호한 편이다. 아마도 증거가 남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를 전문적으로 이용했던 신석기인들에게는 배가 있었다. 우리나라 창녕 비봉리飛鳳里 패총에서는 약 8000년 전에 만든 길이 4미터의 통나무배가 나와서 그들이 항해사였다는 것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한편 ‘외이도 골종external auditary exostoses’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신석기인의 바다생활을 증명했다. 이것은 오랜 잠수 생활의 결과로 귀 뼈의 일부가 기형적으로 자라는 질병이다. 우리나라 남해안의 신석기 시대 유적인 여수 안도安島 패총에서 발굴된 신석기인의 머리뼈에서도 외이도 골종이 관찰되었다. 반면 구석기 시대의 바다에 관해서는 이를 밝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마치 퀴즈처럼 단편적인 증거만 발견될 뿐이다. 이번 이야기는 단편적인 증거들을 모아서 바다와 마주한 첫 인간들의 이야기를 추리해보려 한다.
[그림 1.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이 마주보는 지브롤터 해협]
바다를 처음 마주한 인류는 호모 에렉투스였을 것이다. 여기서 ‘마주했다’는 것은 막연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삶의 일부로서 온몸으로 부딪혔다는 의미다. 호모 에렉투스는 마침내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까지 진출했다(약 100만 년 전 인류 최초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새로운 삶터를 확보하기 위해 북쪽으로 가던 그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북단에서 지중해를 마주했다. 건너편으로 갈 방법은 아라비아 반도로 우회하거나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는 길뿐이다. 동물들의 이동을 따라가면 자연스레 우회로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지브롤터 해협 건너편 유럽 대륙이 호모 에렉투스의 호기심을 가만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브롤터는 최대 수심 900미터에 달하는 해저협곡으로, 가장 혹심한 빙하기에도 육지가 된 적이 없다.
그들은 이 바다를 건넜을까? 단편적인 고고학 증거를 하나하나 모아서 그들이 바다를 건넜는지 아닌지를 추측해야 한다. 이 해협보다는 얕지만, 역시 빙하기에 유럽 대륙과 연결된 적 없는 지중해의 몇몇 섬에 호모 에렉투스의 도구인 주먹도끼가 남아 있다. 이탈리아 서쪽에 위치한 샤르데냐섬에서 3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클락토니안Clactonian 문화기의 석기들이 발견되었다. 그리스의 크레타섬 남부 플라키아 유적에서도 최소 13만 년 전으로 연대 측정된 아슐리안Acheulean 문화기의 주먹도끼를 비롯한 대형 석기들이 발견되었다. 이 정도의 자료라면 그들이 바다를 건너간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한편 아라비아 반도를 경유해 유럽에 도착한 호모 에렉투스들의 일족인 하이델베르그인, 혹은 그들의 후손인 네안데르탈인이 유럽 해안에서 그곳으로 건너갔을 수도 있다. 13만 년 전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직 유럽에 도착하기 전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30만 년을 상회하는 주먹도끼를 포함해 다양한 석기들이 발굴되었으므로 그들이 한반도에 왔다고 추정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구석기 고고학을 전공하고 전기 구석기 시대 뗀석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도 양구군 상무룡리 유적 발굴을 통하여 본격적으로 구석기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 밖에 제주도 최초의 구석기 유적인 서귀포시 생수궤 등 여러 발굴에 참여했다.
1996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로 박물관 업무를 시작했으며, 이후 유물관리부와 고고부, 전시팀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며 관련 저술과 전시로 활동을 넓혔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립나주박물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최초의 진화 인류학 특별 전시 〈호모 사피엔스: 진화∞관계&미래?〉(2021년 5~9월) 등을 주관했다.
지은 책으로 구석기 시대에 관한 한국 최초의 교양 입문서 『단단한 고고학』, 구석기 시대에 인류가 사용한 도구를 연구한 『한국 구석기 시대 석기군 연구』와 『한국미의 태동 구석기·신석기』(공저), 박물관 큐레이터와 큐레이터 지망생을 위한 실용적인 유물 관리 지침서 『박물관 소장품의 수집과 관리』 등이 있다.
지난번 북뉴스는 『먼지가 되어』 김아직 작가의 인터뷰였습니다.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태도에 관해 생각하게 되는 듯합니다. 독자들에게 좋은 자극을 줬길 바라며, 지난 북뉴스 피드백 소개합니다.
👀: 독자 | 🎱: 담당자
👀 ㅇㅇ
김아직 작가님, 그러니까 최영희 작가님 책을 자주 읽었지요. 이런 활동을 하는 줄은 몰랐어요. 읽어보고 싶네요!
🎱
안녕하세요, ㅇㅇ님? 담당자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지요. 필명도 부대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독자님의 서평이 사뭇 궁금하네요.
한낙원과학소설상은 한국 최초의 어린이 청소년SF 소설상으로, 지난 10년간 어린이청소년 독자를 무한한 미래 앞으로 초대했습니다. 오늘의 과학 기술과 그 밑바탕에 있는 가치와 생각을 담아내는 한낙원과학소설상이 걸어갈 앞으로의 10년을 함께할 독자분들의 뜻깊은 리뷰를 기다립니다.
📌참여 방법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중 한 권을 읽고 느낀 점이나 생각을 글로 써서 보내주세요. (분량: 원고지 10매 내외)
※ 응모 부문: 어린이 · 청소년 부문과 성인 부문으로 나눠 심사합니다.
※ 리뷰를 메일로 제출하실 때 제목에 '한낙원과학소설상 리뷰'와 응모 부문을 적어주세요.
※ 리뷰를 보내실 때 이름, 연락처를 꼭 적어주세요. 학생인 경우 학교와 학년 표기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E. H.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정의했는데, 나는 역사를 “현재완료 진행형”의 유기체라고 풀이하곤 한다. 역사는 지금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단순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와 부단히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역사적 사건은 반드시 전후 맥락을 보아야 한다는, 너무 당연해서 사람들이 오히려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최대한 이념성을 배제한 현재적 시각에 통시적 안목을 더할 때, 당대적 맥락도 자연스레 그 안에 녹아들게 마련이다. 여러분과 『아버지의 그림자』를 읽고 역사를 대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