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면 고민이 없어질까. 고민도 함께 성장하는 듯합니다. 다만 고민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가. 그것이 관건 같습니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 성장과 닮은 면이 많은 일입니다. 혼자 하는 듯하지만 함께 하는 것이고, 도움을 받는 동시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글쓰기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글쓰기라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정여울 작가님 글을 읽으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어지는 연재, 가뿐하게 완독(?)해보아요.😄
PS. 평소와 달리 하루 지나 북뉴스를 발행하게 됐습니다. 기다려주신 독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다음 북뉴스는 목요일에 발행됩니다.
나는 한때 세상 바깥으로 숨고 싶은 사람이었다. 이 세상을 사랑했지만, 이 세상이 날 받아주지 않는다는 느낌에 시달렸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파트타임이었다. 평생 모범생으로 살았지만 취직은 되지 않았고, 오랫동안 쌓아온 인간관계도 무너져버렸고, 그 어떤 조직에도 속할 수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방황했다. 기쁨보다는 슬픔에 예민한 내 성격이 싫어졌다. 세상살이의 슬픔과 고통에, 이제는 둔감해지고 싶었다. 인생의 길을 잘못 선택한 건가, 세상엔 날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건가, 그런 질문으로 자신을 고문하고 있었던 그때. 나를 붙잡아준 유일한 기둥은 글쓰기였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곤 했는데, 글을 쓸 때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원고 청탁서가 올 때마다 ‘반드시 잘 해내고 싶다’는 느낌에 가슴이 뛰었다. 그런 설렘과 긴장감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 시기의 방황과 우울을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들이 ‘숨기 좋은 방’이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잠시 ‘쾌활한 가면’을 쓸 수는 있었지만, 집에 돌아오면 나만의 글쓰기라는 소박하지만 한없이 아늑한 텐트 속으로 숨고 싶었다. 남들은 ‘웃을 일이 없어도 자꾸 웃으면 정말 좋은 일이 생긴다’고들 하지만, 나는 웃고 싶지 않을 때 억지로 웃으면 병이 나는 사람이었다. 여러 가지 사회적 업무를 봐야 할 때는 몸이 긴장되고 에너지가 항상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글을 쓸 때는 사회생활의 가면을 벗고 온전한 나와 만날 수 있기에 몸과 마음이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초창기였다. 그때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밤을 새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지하 PC방의 매캐한 공기 속에서 모두가 게임을 하고 있는데 나 혼자 한글프로그램을 켜놓고 사약처럼 독한 커피를 연신 들이켜며 글을 쓰는 그 모든 나날들이 마냥 좋았다.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어야만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때의 나는 인스턴트커피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일을 찾았으니까.젊음 덕분만은 아니었다. 열정의 승리였다. 열정을 불태우는 순간에는 다른 무엇도 중요치 않다. 열정은 나이와 계급을 잊게 하는 마력이다.
📝 작가 정여울
매일 읽고 쓰는 사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듣는 사람. 힘없고 소외받는 사람 곁에 서려는 사람. 어두운 시대, 버릴 수 없는 희망의 잉크를 가득 머금은 글을 쉼 없이 쓴다. KBS라디오 ‘이다혜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살롱드뮤즈’,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문학이 필요한 시간』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끝까지 쓰는 용기』 『공부할 권리』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헤세로 가는 길』 『빈센트 나의 빈센트』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마흔에 관하여』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월간 정여울』(전 12권) 『마음의 서재』 등 다수가 있다.
무엇을 무엇으로만 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를테면, 글자를 글자로만 보는 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산은 산이고 돌은 돌입니다. (이럴 때 쓰는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읽는다는 건 우선 떠올리는 것이기에 글자 뒤에 숨은 무언가가 보이기 마련입니다. 피드백을 읽을 때마다 독자의 지문이 보이고 독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글자가 글자로만 보이지 않네요. 오늘도 글 뒤의 독자를 마주하며, 피드백 소개합니다.
PS. 어제는 수능이었지요. 어떤 형태로든 올해 시험과 관련되어 있는 분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 독자 | 🎱: 담당자
👀: 헝클어진 마음속 숙제를 풀어준 글을 읽고 나니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힘이 생겨납니다. 갇혀있던 나의 이야기부터 한 조각씩 꺼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
🎱: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생겼다니 기쁘네요. 갇혀있던 독자님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집니다. 앞으로도 정여울 작가님의 글이 독자님의 마음속 숙제를 풀어주길 바랄게요.
👀: 죄송하지만 성함은 익숙했지만 글은 처음 접했습니다. 나를 살리는 글쓰기. 저도 이제부터라도 글쓰기 근육을 튼튼히 할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일단 씁니다!
🎱: 일단 쓰기로 다짐하셨다니 대단하셔요. 다짐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요. 독자님의 글쓰기 근육이 풀어낼 튼튼한 이야기가 듣고 싶네요.
👀: 의지만으로 꾸준히 글쓰는게 어려운 것 같아요. 블로그에 글 하나 쓰려고 하는 것도 매일은 어렵더라구요. 강제성을 어떻게 부여하면 좋을까요? ^^;
🎱: 저 역시 꾸준히 글 쓰는 게 어렵더라고요. 분량이 짧아도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지요. 매일 쓰기로 한다면 스스로 강제성을 부여해야 할 텐데요. 우선 자기와 약속을 해보는 게 어떨까요? 마음을 다해 약속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 나만의 세계를 그리는 글쓰기 저도 하고 싶어요. 그랬던 시간이 너무 까마득해서요.
🎱: 나만의 세계가 담긴 글을 쓸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요. 하지만 일단은 소소한 풍경부터 이야기하듯 두서없이 써보는 것도 글쓰기의 시작이 아닐까요. 정여울 작가님의 글이 독자님의 글에 도움이 되길 바랄게요.
독자 여러분, 천천히 읽어주세요. 그리고 연재를 읽고 드신 생각이 있다면, 또 정여울 작가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후기에 남겨주세요. 이전에 주신 기대의 말들은 잘 전했습니다. 그리고 때마다 차곡차곡 모아 또 전하겠습니다. 짧게나마 남긴 말들도 상상 이상의 커다란 힘이 될 거예요. 책은 독자가 완성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