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 쓸 것 같은데 붙여 쓰는 말들이 있습니다. '주고받음'도 그중에 하나인데요. ('그중'도 그중에 하나일까요?) 왜 이렇게 쓰는가 생각하면 '굳어지다'라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 소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빚을 지고 갚는 관계’로 은유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혼자 잘 살아 내야 한다는 현대 사회에서,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존재들임을 점점 잊고 사는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_제21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오세란 김해원 조우리
제21회 사계절문학상 수상작 『우리는 마이너스 2야』.
전앤 작가 인터뷰.
🎁 전앤 장편소설
『우리는 마이너스 2야』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자신을 마이너스와 같은 존재로 치부하는 청소년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빈틈을 채워 가는 다정한 관계를 다룬 이야기다. 마이너스들의 만남은 오로지 마이너스일 뿐일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교에서 홀로 지내던 세 아이가 함께하며 부족하고 미비한 존재로 느껴지는 마이너스의 의미를 대차게 뒤집는다.
🍀 전앤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오래 공부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청소년들과 얘기하고 노는 걸 좋아해서 이야기를 짓는다. 『우리는 마이너스 2야』로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같은 해에 『너와 나의 랠리(가제)』로 교보문고-롯데컬쳐웍스 스포츠 테마 소설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는 『짧은 소설 가이드북 - 오늘 뭐 읽지?』(공저)가 있다.
📌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셨나요.
열여덟 살의 세 친구가 각자의 외로움을 가지고 저에게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됐어요. 저는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 중에서 외로움에 관심이 많아요. 결국 제가 책을 읽는 이유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청소년기에 외로움을 유독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가장 힘들어한다고 생각해요.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외로움에 익숙해지거나 잘 극복하는 건 아니죠.
우리 인생에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요소가 가득 차 있는데 저는 그 외로움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힘든 감정일수록 그 안에 품고 있는 에너지가 엄청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을 잘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주인공 미주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미주는 친구 관계에서 외롭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예요. 집에서는 굉장히 말도 잘하고 야물게 해야 할 일도 해내는 당찬 아이인데 학교에서는 기를 못 펴죠. 미주는 특정한 친구를 원했어요. 시야가 좁다고 해야 할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교실에 많은 친구가 있는데 대부분 소수의 친구하고만 어울려요. 조금만 눈길을 돌려도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데 그런 생각과 노력을 안 한다기보다는 머뭇거리다 마는 것 같아요.
미주는 자신이 원했던 특정 친구만 시야에 들어왔던 거죠. 그 애와 친구가 되었을 때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어요. 심지어 그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엄마 카드까지 훔쳐서 돈을 쓰죠. 결국 그 일로 아빠와 근로계약서를 쓰고 빚을 갚게 되는데, 그 부분이 소설의 시작이에요.
📌 제목에 관한 질문입니다. 마이너스는 무슨 의미인가요.
미주가 유령인 세아에게 그런 말을 해요. ‘마이너스 1과 마이너스 1를 더하면 0이 아니라 마이너스 2가 된다고. 그러니 자신과 세정은 차라리 친구가 되지 않는 게 나을 거라고.’ 그러자 세아가 ‘마이너스가 꼭 나쁜 거야?’ 하고 되묻죠.
이 소설은 세아의 죽음으로 시작해요.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죽게 된 세아는 살면서 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앞으로 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진짜 마이너스 삶으로 등장하죠. 모든 걸 잃어버린 세아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예요. 미주와 세정을 연결해 주는 것. 왜냐하면 세아는 외로움이나 슬픔을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것보다는 외로운 둘이 서로의 등을 맞대는 동안 혼자만의 슬픔이나 그리움 나아가 외로움이 덜어질 거라고 믿거든요. 이 소설에서 마이너스는 ‘함께하면 덜어질 수 있는 그런 감정’을 의미해요.
📌 작가님은 청소년이라는 시기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청소년 시기는 무리해서라도 무리에 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장 큰 시기라 생각해요. 무리에 끼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심지어 나를 문제 삼기도 하죠. 내가 문제가 많은 걸까? 나는 왜 어울리지 못하지? 이런 생각에 빠져 많은 시간을 보내요. 누구나에게 외로운 순간은 있어요. 아이들이 외로움에 빠져 지내지 않고 자신 안에 고요히 머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작가님에게 청소년소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어느 날 주변을 둘러보니까 청소년들만 있더라고요. 학교에서 수업을 오래 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그들과 보내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게 또 재미있는 거예요. 아이들은 연약함과 함께 넘치는 박진감을 품고 있는데 성인들의 대화보다 훨씬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자꾸 빠져들다 보니까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청소년문학을 많이 읽었어요.
많이 읽다 보니까 또 쓰고 싶어졌고 쓰면 쓸수록, 제가 미처 몰랐던 저만의 화자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청소년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자유로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새롭게 숨을 쉬는 기분 같달까요. 그러니까 더 자주 웃고 더 자주 화를 내고 더 많이 불안해하면서 나를 표현할 수 있구나. 뭔가 편안하게 숨을 쉬는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청소년소설은 성인소설에 비해 동선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학교, 집, 학원, 동네 정도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잖아요. 그게 마치 ‘인생 네 컷’같이 느껴지더라고요. 결국 인생 네 컷이 아닌 ‘인생 백 컷’을 닮은 청소년소설을 쓰고 싶다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라도 편안해졌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우리는 마이너스 2야』를 치열하게 썼지만 독자 여러분에게는 다정하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사계절 사내 북클럽, 여섯 번째 책. 『우리는 마이너스 2야』. 사계절문학상 수상작인 만큼 놓칠 수 없지요? 작품의 매력만큼이나 재미있는 서평들이 모였습니다. 출판사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요?
😀 '실뱌' 님
실재하지 않는 세아가 미주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고 빛으로 이끈다. 내가 완전한 혼자가 아니란 걸 애써 더듬지 않고도 느낄 수 있다면 영원한 어둠은 없을 것이다. 그늘을 지나는 중일 마음들을 비추는 이야기였다. 외로움을 인정하지 않으려 사람 곁을 고수하는 조연들을 보며, 언젠가 ‘네가 편해서 좋다’는 얘길 건조하게 받아들였던 게 생각났다. 이제와 보니 아주 고마운 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