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는 좋은 실험이어야 합니다. 실험은 가설을 증명하고 이야기는 작가의 마음을 증명합니다. 때로 기각되는 경우도 있지만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면 실험과 이야기는 언제나 유의미합니다.
4월은 과학의 달입니다. 이번 호에선 사계절출판사의 SF 소설 세 권을 소개합니다. 작가들은 무엇을 증명하려고 했을까요. 각 소설이 택한 과학적 소재, 그 이면을 살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계절 SF
『데스타이머』 | 『푸른 머리카락』 | 『일 퍼센트』
사계절 1318문고 138
『데스타이머』 전성현 소설집
내일이 없는 하루는 인생에 단 하루입니다. 그 하루가 언제인지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요. 뒤로 늦추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앞으로 당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각자 다르겠지만, 그날의 날짜를 알게 되면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듯합니다.
온갖 예측이 난무하는 요즘입니다. 이런 가운데 『데스타이머』 속 일곱 가지 단편은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으므로, 우리가 바꿔 갈 수 있기에.”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푸른 머리카락』 | 남유하 외 4인 지음
SF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갈래를 나누면 우주, 바다, 미래, 과거, 지하 등 다양한 키워드들이 떠오릅니다. 놀이공원의 테마별 구역처럼 각 세계관은 나름의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푸른 머리카락』은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과 우수 응모작 4편을 모은 다섯 작가의 SF 앤솔러지입니다. 책이 다루고 있는 다양한 소재가 SF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익히 알고 있는 테마들의 새로운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익숙한 그릇에 담긴 신선한 음식 같은 SF.
독고독락
『일 퍼센트』 | 김태호 글, 최지수 그림
운석 충돌. 90년대 <아마겟돈>부터 시작해 최근의 <돈룩업>까지. 모든 게 없었던 일이 되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우리 마음에 있는지도 몰랐던 것들을 끄집어내곤 합니다. 내심이 나온다는 건데 본심인지 그저 과거에 잊혀졌던 감정 덩어리인지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지는 듯합니다. 숨겨져 있다고 반드시 진심은 아닐 테지요.
『일 퍼센트』는 운석 충돌에도 살아남을 '일 퍼센트'가 될 수 있다는 욕심에 이성을 잃어 가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북뉴스는 『도시의 동물들』 연재 첫 회였습니다. 잘 읽으셨나요? 최태규 작가님의 담백하고 무겁지 않은, 도시의 동물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를 담은 글. 독자님들의 피드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