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4 Curation: 2022년 마무리
『기내식 먹는 기분』 / 『부릉부릉 누구 생일』
『슈리성으로 가는 언덕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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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슷한 숙련도의 농구 선수가 두 명 있을 때, 실제로 자유튜를 연습한 선수보다 자유투를 쏘는 상상을 많이 한 선수가 슛 성공률이 높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12년 전 EBS 수능특강 영어 지문에 담긴 사례였던 듯한데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어도 상상이라는 주제를 생각할 때 함께 떠오르곤 합니다.
최근에 서점을 구경하다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지 않는 법' 비슷한 제목의 수양서를 보았습니다. 읽지 않고 단지 표지만 보았을 뿐이지만 상상 자유투에 얽힌 이야기와 자연스레 연결됐습니다. 사람은 의외로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오래 생각하고, 디테일하게 상상합니다. 크로키로 족한 대상을 데생처럼 묘사하는 셈입니다. 그 결과는?
여러분은 22년에 어떤 생각을 했나요. 새해에는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많이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도서 세 권입니다.
*새해에 북뉴스 개편이 있을 예정입니다.
관련해서 다음 북뉴스에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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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에는 관문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상기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출입구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서울 사람이 부산 여행을 얘기하자면 우선 이른 아침의 서울역을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기내식 먹는 기분』은 정은 작가님의 여행 에세이입니다. 책 속에 담긴 여행의 기억은 기내식 먹는 기분에 관한 묘사와 함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들판과 거리, 숲과 바다, 호텔과 술집, 아이와 노인, 개와 주인, 카페와 창문, 스페인과 인도, 멀리 미국과 다시 여기 한국. 모든 순간들이 슬라이드 사진처럼 지나갑니다.
2) 백문불여일견이라 하지만, 그것도 백번 들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많이 읽고 새롭게 여행하는 새해 맞이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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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작가님이 찍은 사진으로 만든 배경화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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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누구 생일』 | 김정희 글, 이희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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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만 나이로 통일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해를 넘기며 나이를 먹는 건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나이 먹는 날이 생일이라면 1월 1일이 전 국민의 생일인 시절도 막을 내립니다. 그야말로 월드 스탠다드에 맞춰지는 것인데 반가운 소식인지 아닌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무슨 Y2K 같네요.
새해에 케이크를 사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촛불을 보게 될 듯합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케이크와 함께 이 책을 준비해 보세요. 촛불을 '후' 하고 끄는 걸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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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성으로 가는 언덕길』 | 요나하라 케이 지음, 임경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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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마쿠라 요시타로라는 일본인이 류큐(오키나와)에 매혹되어 유적을 답사하고, 현지의 언어를 익히며, 문헌을 읽고,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그것을 기록하는 과정을, 저자 요나하라 케이가 정리한 책입니다. 그러니까, 오키나와에 천착한 사람에 다시 천착한 사람의 책입니다.
요나하라 케이가 책에 담은 타지인으로서 이질적인 문화에 흠뻑 몰입하는 가마쿠라의 모습은 배척이 일상화된 현대의 사람들에게 잊고 있던 감동을 선사합니다. 가마쿠라의 여정은 훗날 근대화와 전쟁으로 파괴된 류쿠의 상징인 슈리성을 복원하고 류큐·오키나와의 문화를 보존하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2) 슈리성의 성벽을 이루는 벽돌처럼 상당한 무게감을 뽐내지만 연말에 비는 시간에 잠자코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잘 갖춰진 박물관을 유능한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탐방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내용의 흐름이 유려해 읽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3) 북뉴스 사상 최초로 절판된 책입니다. 🤣. 다만 판매처가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확인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여러분이 많이 읽고 얘기해 주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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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에 관한 주제라면 무엇이든 OK. 지난 번에는 『남편의 레시피』 에세이 대회가 있었습니다. 당첨된 분들에게는 따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번 독자와의 대화는 그중 한편을 뽑아 공유합니다. 정*선 님 감사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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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노릇한 핫케이크처럼」
“나도 방학 끝나기 전에 저런 놀이동산이나 큰 키즈카페 가보고 싶다.”
TV에 나오는 화려한 놀이 공간을 보고 아이들이 한숨을 푹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야 알지만 이 동네엔 갈 만한 데가 하나도 없는 걸. 게다가 개학은 이틀 앞이다. 너희 이사 오기 전 더 어렸을 때 많이 가봤는데 뭐, 하는 소리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없단 걸 안다. 낯선 도시로 갑자기 발령만 나지 않았어도 우리는 지금쯤 높은 타워 옆 빙글빙글 도는 대형 놀이기구 의자에 앉아있을지도 모른다. 감염병 때문에 어디에 있든 자유롭게 다니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래도 선택지가 아예 없는 것과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나까지 괜히 입을 삐죽거릴 뻔했다.
오래 살던 동네와 부모 옆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발령 소식을 듣고 며칠간, 툭 치면 눈물이 툭 떨어졌다.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막연한 걱정인지 외로움인지 모를 것들이 뒤섞여 마음이 쓸쓸해졌다. 마음이야 어떻든 삶은 진행형이라, 새로운 터전에서도 2년이란 시간이 성실하게 흘렀고 이곳에서의 기쁨도 여럿 찾았지만 아쉬움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여기의 갯벌도 좋아했지만, 자신들이 한동안 접하지 못한 것들을 부러워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나도 종종 내 옆에 없는 것들이 그리우니까. 꼭 놀이동산이 아니더라도 갈만한 데를 찾아볼게, 하며 말끝을 흐리는데 아이가 느닷없이 말했다.
“어제 만화에서 봤던 거! 괴물이 먹었던 핫케이크. 그거 먹고 싶다.”
(전문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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