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이
Vol.53 INTERVIEW:
『다음 달에는』 전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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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획은 능력, 희망은 상상이 필요합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으나 두 단어는 반의어 같습니다.
2 모두가 부족함 없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결핍을 세금처럼 감내하고 있습니다. (결핍에 무너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3 봉고차에서 생활하는 아빠와 아이. 그들의 계획은 무엇이고, 어떤 것을 희망할까. 무엇을 믿고, 견딜까. 『다음 달에는』. 책을 복기하며 떠오른 질문에 하나둘 답하니 세상살이 본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5월은 가족의 달.
4 전미화 작가님 인터뷰를 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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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다음 달에는』을 보면 아빠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 느껴진다. 아빠 캐릭터를 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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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아빠는 한눈에 봐도 철이 들다 멈춘 캐릭터이다. 눈물을 달고 산다. 그렁그렁한 눈을 포인트로 다소 과장스럽게 그렸다. 하지만 이전도 그랬고 아들에게는 다정하고 밝은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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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아빠와 아이가 함께 살아가는 봉고차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아빠의 차라면 전에 아빠가 학원 봉고차 운전 일을 했나 짐작하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아빠는 어떻게 차를 구했을까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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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에는 '아빠는 내일부터 회사 말고 공사장으로 일하러 간다고 했다.'라 쓰여 있다. 아빠의 이전 직업을 육체노동자로 설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공사장 출근 이전 삶을 언급하기에 지면이 짧아 그 이후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차를 구한 방법을 유추하면, 도둑 이사를 했으니 갈 곳이 마땅치 않아 헐값으로 중고 봉고차를 구입하지 않았을까. 봉고차로 설정한 이유는 승용차보다는 공간이 넓어 방 안 연출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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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갱지와 목탄은 그림책 작업에서 처음 써 본 재료라고 들었다. 재료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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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재료는 책마다 다르게 쓴다. 기획을 하고 더미가 만들어지면 재료와 내용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한다. 가급적 익숙한 재료는 배제한다. 이번에 쓰인 재료도 마찬가지이다. 색이 강하고 무거워지면 흐름과 속도가 막힐 수 있다고 봤다. 날리듯이 그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목탄지 대신 갱지를 쓴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목탄과 콩테는 선을 쓰는 데에 유연한 재료이다. 선에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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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형태감을 칠해서 만든 뒤 선을 그어 그림을 완성했다. 그리는 방식이 표현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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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릴 때 가급적 손목에 힘을 빼고 형태를 잡는다. 예를 들어 아빠를 그린다면 스케치 없이 면으로 모양을 그리고 머리와 옷에 색을 입힌 후 선으로 마무리한다. 이번 작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 그렇다. 더미는 밑그림이며 80%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 이후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리는 방식도 일종의 습관이라 본다. 순서를 다르게 해도 완성해 보면 고만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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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간 곳은 공사장 앞에 서 있는 봉고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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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일하러 가면 전날 사 둔 삼각김밥과 우유를 먹는다.
아빠는 어린이는 꼭 우유를 마셔야 한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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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면 근처 화장실에서 씻는다.
아빠와 목욕탕에 가면 우리는 힘차게 때를 민다.
아빠의 손이 때 타월보다 더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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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그림책에서 아이는 감정의 동요 없이 담담하게 자기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조숙한 아이와 눈물 많은 아빠의 모습이 더욱 대비된다. 아이는 아빠보다 더 어른스럽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 캐릭터는 어떻게 생각하고 작업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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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감정의 동요가 없는 게 아니다. 평소 아빠와 아이는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는 건 중요하다. 또한 아이는 아빠를 사랑한다. 고집을 부리거나 울지 않는다고 해서 의젓한 것이 아니다. 아이의 성격이 차분하고 심성이 곱다. 그래서 아빠를 위로할 수 있다. 힘든 상황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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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빚쟁이들이 쫓아와 아빠와 아이가 봉고차로 도망친 곳은 공사장이 아니라 공원 같은 고즈넉한 공간이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화분도 키우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장면은 결말을 예고하면서 아빠와 아이의 일상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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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가 만들어지고 이후 진행하면서 추가된 장면이다. 이곳저곳 떠돌 수밖에 없는 생활이니 집 밖에 공원이 있는 날도 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작은 화분에 볕을 쬐이는 건 특별한 누군가의 일이 아니다. 사람을 사는 곳으로 차별하는 건 그야말로 어른스럽지 못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삶의 질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봉고차는 아빠와 아들의 아늑하고 아름다운 유일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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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아빠가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는 이야기가 울림을 준다. 아빠는 빚을 다 갚아서 약속을 지킨 걸 수도 있고, 빚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작가의 의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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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하면 약속이 아니다. 허세일 뿐이다. 또한 (지키지 않은 약속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아이는 아빠의 반복되는 말 “다음 달에는….”에 실망할 수 있다. 결국 무엇도 기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빠의 약속은 눈물을 훔치고 내일에 대한, 아들에 대한, 그리고 자신이 단단해지기 위한 다짐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한 아빠의 노력을 아이도 안다. 하지만 그 노력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한순간에 사라지는 빚은 빚이 아닐 테다. 단지 아빠의 성격이라면 조금씩 빚을 갚으며 오늘을 성실히 살아가지 않을까. 아빠 곁에 아들이 있고, 아들 곁에 아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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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초고 작업한 지 꽤 시간이 흐른 뒤에 책이 나왔다. 이 작업을 시작할 때를 떠올려 본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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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출간된 책들이 길게는 10년, 짧게는 3년이 넘은 더미가 많다. 이번 책도 2015년에 첫 더미가 만들어지고 2021년 말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머릿속이 까맣게 변해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런 작업 방식의) 장점은 작업을 처음보다 차갑게 보는 것이고, 단점은 처음의 의미가 흐려진다는것이다. 작업하며 ‘대체 이 이야기를 왜 하게 됐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매체를 통해 본 어느 자동차 가족의 모습이 시작일 수도 있다. 혹은 이전 작업보다 밝고 씩씩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 과정이 지나면 생각을 버리고 작업에 집중한다. 멀어진 기억을 붙잡는다고 그때가 온전히 내게 오는 일은 없었다.
편집자와 디자이너와의 호흡도 낯선 과정이었다. 서로가 낯선 것이다. 그 낯설음을 지나 손톱만 한 더미가 책이라는 물성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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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배경으로 떠난 것들의 그리움,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재 더미만 나온 상태이고 부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막연한 작업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숨 쉬는 작업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 모든 생각도 책이 완성되면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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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시기입니다. 40주년 전시가 한창입니다. 가능한 한 많은 독자를 만나기 위해 쉼 없이 전시장 문을 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린이날 연휴도 있었습니다. 바쁜 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언가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에도 독자의 피드백에 답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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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뒷모습, 숨은 이야기를 알게 되는 기분이랄까요? 일상에서 기다리는 뉴스예요!
👀: 신간만 소개하는게 아니라 기존에 책 소개도 있어서 다시 한번 읽어 볼 기회를 만들어줘서 좋다. 그리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친구 같은 친근함이 있다. (이건 출판사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이렇게 느낄 감정이긴 하죠.)
👀: 올려 주신 책도 모두 좋고, 추천글과 인사글이 세심하고 아름답습니다.
👀: 돌봄교실 아동들과 함께 나눌수 있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요.
👀: 40주년 축하드립니다! 세련되거나 감각적으로 돋보이려 하지 않는 구성과 만듦새, 진솔한 글을 늘 좋게 읽어오고 있습니다. ^^. 『오, 사랑』에 눈이 가네요. 웹툰의 훈남녀를 살짝 데려온 것 같은 표지에 저를 이입하고 싶게 만드네요. "연애에 관해 이야기하기 좋은 계절은 다시 말해 마음 풀고 솔직히 말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문구가 마음에 닿습니다.
👀: 성장의 의미를 생각하며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소수자를 지지하며, 약자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계절출판사의 본질 등 기본 정신을 고백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정신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이런 정신을 표방하고 있다지만 출판사도 어쩔 수 없는 상업 시설(?)이기에 돈이 되는 것, (돈이 되는 책, 돈이 되는 이벤트, 본질은 어차피 다 돈을 버는 것으로 가지 않나 싶거든요.) 우리 출판사의 기본 정신이 무엇인지 이렇게 생각해 보고 고백해 보면서 잊지 않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 같아서 매우 좋았습니다. 사계절출판사가 앞으로도 이 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저도 사계절출판사를 닮아 가는 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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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피드백이 왔어요. 각각 대답하고 싶지만 이번에는 감사함 외에 떠오르는 게 없어 이렇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큰 힘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덧붙여, 40주년을 맞이한 사계절출판사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물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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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어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곧 과거가 되죠. 하지만 이 글은 남아요. 제가 글을 좋아하는 이유랍니다. 삶의 희노애락과 지금을 담은 이야기들, 글자로 오래오래 남겨 주세요. 때로는 꿈, 이상, 환상을 때로는 치열한 삶을, 때로는 따스함을 글자로 남겨 주세요.
👀: 사계절출판사의 책이 드라마나 영화 웹툰으로 무궁무진하게 뻗어 나가길. 지금 출판된 책들도 충분히 매력있지만 앞으로도 꾸준한 모습으로 나간다면 각본이나 원 작품을 사계절출판사에서 찾게 되지 않을까.
👀: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양서들을 사계절출판사를 통해 꾸준히 만나보길 바라요. 특히 그림책은 어른의 마음에도 오래도록 남아 함께 보고 나눌 수 있는 귀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태어난 둘째를 보며 앞으로 함께 어떤 책을 펼칠까 생각하다 사계절출판사를 떠올리니 설렘.
👀: 책 많이 읽는 사람의 허세, 같은 게 있다면, 버리면 좋겠어요. ^^ 모두가 읽는 책 말고, 사계절만 낼 수 있는 책들을 내다 보면, 사계절 책을 모두가 읽는 세상이 된다고 믿고. 요는 더 래디컬해지자는, 뜻.
👀: 어떤 책을 고를 때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은 믿고 봅니다.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려 출간되는 한번 읽고 마는, 그래서 이사할 때면 폐기 1순위가 되는 책들이 아닌 두고두고 간직하게 되는 국보같은 책들을 많이 출간하길 바라요.
👀: 다음 40년까지 살아 있기나 할까요? 사계절출판사는 영원하겠지요? 기대 만땅.
👀: 40주년되었다는 사계절출판사의 목록을 봤는데, 『반갑다 논리야』, 『이야기 파라독스』가 있는 걸 보고 놀랐네요. 의외로 사계절출판사가 곁에 오랫동안 있었군요. 이제 온라인 아닌 오프라인 행사로도 만나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책과 문화 전반적으로 경계가 없는 행사를 주로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책과 문화 예술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는 요즘, 과거가 아닌 미래의 매체로서 책의 모습과 역할, 그리고 사계절출판사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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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꿈, 이상, 환상을 때로는 치열한 삶을, 때로는 따스함을 글자로 남겨 주세요."
- 독자님이 저 대신 북뉴스 써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참 좋네요.
"사계절출판사의 책이 드라마나 영화 웹툰으로 무궁무진하게 뻗어 나가길."
- 끝과 다함이 없음. 고전이 되라는 말일까요.
"책 많이 읽는 사람의 허세, 같은 게 있다면, 버리면 좋겠어요."
- 저는 요즘 재활용을 위해 분리수거 중이에요. 일반 쓰레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다음 40년까지 살아 있기나 할까요? 사계절출판사는 영원하겠지요? 기대 만땅."
- 독자님이나 출판사나 둘 다 없으면 어때요. 당장 내일도 모르겠는데. 일단 오늘을 잘 살아 봅니다. 좌우간, 책은 남을 거예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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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 관련 프로그램은 사계절출판사 인스타그램 및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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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의 피드백은 북뉴스 쓰는 일에 큰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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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가 지났습니다. 이제 정말 여름입니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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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계절출판사
파주시 회동길 252
031 955 8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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