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규, 이지양 인터뷰 VOL.93 사계절 시리즈: 봄
『도시의 동물들』 최태규, 이지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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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2주에 한 번 『도시의 동물들』을 발행했습니다. 고양이부터 개까지, 도시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에 관해 다뤘습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최태규, 이지양 두 작가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지난 글을 돌아보고, 다음에 나올 책을 상상하는 시간입니다.
*아래는 인터뷰 요약본입니다.
*작은 설문을 준비했습니다. 다섯 분을 뽑아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1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가장 아래 버튼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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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태규
동물복지학을 연구하는 수의사이자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로 일한다. 『일상의 낱말들』(공저), 『관계와 경계』(공저), 『동물의 품 안에서』(공저) 등을 썼다.
📷사진 | 이지양
순수 미술과 미디어를 전공한 시각 예술가이다. ‘당신의 각도’ 전시를 계기로 『사이보그가 되다』에 사진으로 참여했고, 이후 『일상의 낱말들』, 『아무튼, 메모』, 『1만 1천 권의 조선』 등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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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한 번 25매 안팎의 글을 연재하는 경험이 어떠셨나요? 마감은 잘 지키셨는지, 쓰면서 글쓰기가 조금씩 수월해지셨는지, 가장 어려웠던 글은 어떤 글이었는지 등이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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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일 위주로 하면서 살고 싶어 하는 편입니다. 글 쓰는 것도 저에게 재미있는 일이기는 한데, 게으른 사람이라 재미있는 일에도 마감이 필요합니다. 다만 마감이 있으니 글 쓰기가 ‘지켜야 하는 일’이 되고 마는 것도 같습니다. 다행히 ‘펑크’를 낸 적은 없었지만 매번 편집자님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번 연재는 쓰면서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처음엔 저에게 재미있는 생각이 많이 있을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자꾸 비슷한 글이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대의 도시인이 동물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는 욕심이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동물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는 있지만, 동물의 입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갑갑증이 글마다 넘쳐흘러서 저조차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서로 다른 동물을 다양하게 바라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그 되돌이표와 싸우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쉽게 쓴 글은 없었는데, 역시 세 편으로 나누어 쓴 고양이 편을 쓰기 위해 고민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대중이 아픈 손가락처럼 여기기 시작한 길고양이는 워낙 현재 진행형의 첨예한 문제라 자칫하면 제가 활동하는 단체에까지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양이라는 동물은 어느 시대건 오해를 가장 많이 뒤집어쓰는 동물인 것 같아요. 아직 정리해야 할 생각이 많이 남았습니다. 결국 정리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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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의 주제가 '도시의 동물들'이었어요. 현대인은 보통 ‘도시’라고 하면 서울 같은 곳을 떠올리지요. 동물의 입장에서 도시는 어떤 공간일까요? 도시에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행동 혹은 마음가짐은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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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 같은 도시는 비인간동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도저히 희망이 없는 공간으로 느끼는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동물들이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은 오히려 인간의 것보다 덜 절망적일 것 같습니다. 동물의 시점은 인간보다 더 직관적이고 덜 종합적이라서 동물들은 아마 ‘다 망했다’고 생각할 겨를 없이 당장의 난관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대처를 해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종 차원에서는 너구리나 까마귀처럼 서울에서 제법 번성하기도 하는 것 같고요. 좌절이 웬만큼 반복되더라도 완전히 가두어 기르는 동물들처럼 희망을 잃고 침울해지는 동물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두어 기르는 일이 정말 무서운 것이죠.
‘공존’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 헷갈립니다. 그냥 같이 존재하는 것이 공존은 아닐 텐데, 너무 쉽게 쓰이는 말 같아서요. 생태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파괴된 상태에서 공존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파트 숲 사이에 콘크리트 연석으로 만든 화단 안에서도 작은 생태계가 구성될 수는 있겠습니다만, 고양이와 쥐와 직박구리만 남은 생태계는 인간에게 ‘동물과 공존한다’는 자위 이상을 줄 수 있나 싶습니다. 인간이 동물과 정말 ‘공존’하고 싶다면, 여름 홍수가 일으키는 범람에 들을 통째로 내어줄 마음의 준비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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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에 수록된 이지양 작가님의 사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무엇인가요? 이유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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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시의 동물들 연재에 실리지는 않았는데, 죽은 고라니의 태아 사진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로드킬 당한 고라니가 죽어가면서 새끼를 유산했고, 그걸 가져다가 찍은 사진이라고 들었는데요. 벨벳처럼 부드러운 털을 그대로 간직한 고라니 태아가 세상의 고난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형광녹색 배경에 누워 있는 모습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깔던 인부들의 이야기와 그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인 어미 고라니의 일생, 그걸 발견하고 유산된 사체를 수습한 분의 복잡한 심경까지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사진이라서 좋아합니다. (죽은 동물 사진을 좋아하는 두 사람 앞에서 이진 편집자님이 소외감을 느끼며 멋쩍게 웃으시던 얼굴이 떠오르네요. ㅎㅎ).
연재에 실린 사진 중에서 고르라면, (역시 비슷한 결로) 끈끈이에 생쥐 세 마리가 붙어 죽어 있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그로테스크하게 그 옆에 노란 고양이 피겨까지 앉혀놓으셨는데, 그 고양이 표정이 아무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자랑스러운 것 같기도 하거든요. 끈끈이에 붙은 작은 동물은 정말 고통스럽게 오랜 시간 동안 죽어갑니다. 그래서 끈끈이로 파리를 잡든 쥐를 잡든 정말 잔인한 일이죠. 그렇게 잔인한 죽임의 현장에 매끈하게 앉은 고양이가 도시의 인간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노란 고양이 피겨는 인조물이고 죽은 쥐는 실제로 살아 움직이다 죽은 생쥐라는 점도, 도시인의 극단적 종 편향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이 사진을 좋아합니다. (저라는 사람 정말 이상해 보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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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양
순수 미술과 미디어를 전공한 시각 예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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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한 번 글에 어울리는 사진을 골라서 보내주시는 일은 아마 처음 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 어떤 경험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시각 예술가로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었는지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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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규 선생님의 글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단순 재현에 그치지 않는 이미지를 잘 만들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사진과 글이 만나 각각의 매체가 홀로 있을 때보다 더 풍부한 감정과 생각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대하며 두근두근 연재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미리 만난 글과 이미지를 함께 살펴보며 다음에는 어떤 글에 어떤 이미지를 매칭할 수 있을까 설렘 가득한 한 주 한 주를 보냈어요. 10회 연재를 모두 무사히 마치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개인적으로 어렵고 또 아쉬움이 남는 회차도 있었지만, 열심히 협업한 모두에게 짝짝짝!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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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 일정한 콘셉트를 가지고 찍은 사진, 야외에서 찍은 스냅사진, 오래전 어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등 굉장히 다양한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이번에 새로 촬영한 사진도 있지만 상당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찍어온 사진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그리고 왜 동물 사진을 많이 찍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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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엉뚱한 답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나무에 관한 작업을 하다가 동물을 소재로 한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숲에 있는 나무가 아니라 일정한 간격으로 계획되어 심어진 가로수를 보면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자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에 관한 작업을 조금씩 확장해가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의 동물(생명)들까지 작업에 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 어떠한 사회적 위치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존재하는지, 일상의 이미지를 작은 모습들을 통해 드러내는 일에 관심이 있어요. 너무나 익숙해서 혹은 무관심해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드러내려 시도하고 있는데요, ‘동물’이라는 소재도 그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동물 사진이나 영상은 꼭 작업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단지 좋아서 촬영을 시작한 것도 있어요. 동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귀엽고 사랑스럽잖아요. ㅎㅎ 게다가 어릴 때부터 늘 집에 강아지 식구가 있었고 동물원이나 자연사박물관에 가는 걸 좋아하기도 했어요.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 동물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키워왔고요. 안타깝게도 요즘에는 예전처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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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규 선생님의 연재 글 10편 가운데 어떤 이유로든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을 한 편 골라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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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마다 각기 다른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지만 7번째로 연재되었던 너구리 편을 꼽겠습니다. 너구리로 주제가 정해지고, 어떻게 그들을 찾아 나서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최태규 선생님 댁 주변에 종종 너구리가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진 편집자님, 최태규 선생님과 함께 너구리를 기다렸던 저녁이 생각납니다. 너구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숨죽이고 앉아 그가 출현하기를 모두가 손꼽아 기다렸고, 그 바람대로 너구리가 딱 나타나주었거든요. 다 같이 안도하고 기뻐했던 그날 저녁이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날 저는 너구리를 실제로 처음 보기도 했고, ‘잠복’이라는 것 자체가 일상을 벗어난 일 같아서 재미있고 설렜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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